개똥이 거름이 될 것이라는 건 니 생각이고요

by 해파리

우리 동네에는 개똥이 많다.


엄마와 동생은 나의 집을 처음 와보고는, 솔직한 마음으로 할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우리 동네가 너무 낡았단 이유로 엄마는 내 애인에게 집을 알려주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개똥 금지'라는 팻말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낡은 동네답게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내놓은 화분들에 누군가가 개똥을 투척하는 모양이다. 팻말의 문구들이 주기적으로, 점점 격해지는 어투로 진화하는 것을 보아, 개똥 투척은 꽤나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요즘 개똥을 볼 때마다, 그게 비단 강아지의 뱃속에서 나온 부산물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시 곳곳에 남겨지는 말, 말, 말. 누군가의 호의를 가장한 충고이든, 관심이라 부르지만 실은 통제에 가까운 문장들이 사람의 마음속 화분 위에도 허락 없이 던져진다.


물론, 누군가는 그게 선의라고 주장할 것이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그렇게 하면 안 돼.”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말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냄새는 여지없이 풍긴다. 부탁한 적 없고, 들어달라 말한 적도 없고, 심지어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라는 외침은 개똥금지 팻말처럼 단박에 무시당해버리고 만다. "내 생각이 옳아. 이건 거름이 될 거야."라는 '선의의 에고'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마치 개똥처럼.


겪어보니 원치 않는 조언의 특징은 간단하다. 건네는 쪽은 쉬워도, 치우는 쪽은 손이 많이 간다는 것. 완벽히 분해되지 않은 말은 마음 구석에 남고, 무심한 내용은 오랫동안 냄새를 풍긴다. 심지어 “그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라는 말까지 덧붙는다면, 그건 거의 '한여름 개똥'과 다를 게 없다.


동네 어귀에 서 있는 “개똥 금지!” 팻말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의 정원에 함부로 자기 말을 얹어놓고 떠난 사람들을.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하지 않았는가를.


도시의 개똥은 치우면 그만이지만, 말로 떨어지는 개똥은 오래 남는다.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와 벌레시체들처럼. 이렇게 동네는 나에게 오늘 또 하나를 가르쳐 준다.


25년 11월 9일 오후 12시 24분 버스 정류장을 가는 길에, 화분 위 붙여진 개똥팻말을 보고 불현듯 든 생각.

작가의 이전글함께 버틴 나날들이 벌써 1년이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