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온의 나를 껴안는 글쓰기_2
질문 :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구가 있어요.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도 불렀죠. 정말일까요? 많은 전통들에서 시련은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거라고 말해요. 뜻대로 안 되고, 고단하고 막막한 시간을 통해 인생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분명 신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인생들에 대한 연민이 있을 텐데. 한 번 신, 혹은 인생의 말을 받아 적어 보시겠어요?
신의 말, 인생의 말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어렵다.
학창 시절 내내 외로웠던 내게, 기억나는 밤하늘이 있다. 고3 어느 날, 아빠는 난리를 쳤고, 나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알코올 중독 병원 입원 차량은 대기 중이었고, 집을 도망 나와 엄지손가락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경찰을 기다리던 나의 밤.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별이 몇 개 보이진 않았지만, 그마저 차오르는 눈물로 희미해졌다. 그리고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신이시여, 어디 계신가요’ 세상이 뼈에 사무치도록 춥다고 느껴져, 몸서리쳤다.
그 이후로도 나는 자주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늘은 늘 내 위에 있었다. 화창하게, 어둡게, 비를 내리며, 눈을 내리며. 나는 하루에 꼭 한 번씩은 하늘을 바라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감각하는 세포가 깨어난다.
삶이, 신이 말하는 듯하다.
‘네 볼을 스치는 공기를 느껴 봐’,
‘저기 핀 새싹을 좀 봐’,
‘네가 딛고 있는 그 땅, 흙을 봐’,
‘너의 코로 들어오는 숨, 나가는 숨을 느껴봐’,
‘눈을 천천히 감고, 떠 봐’
그러다 보면, 점점 긴장이 풀리고, 천천히, 편안하게 걷게 된다.
서두름은 없고, 불안은 잠시 사라진다.
나에게 하늘은 그저 너는 너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저 소나무처럼, 저 개나리처럼, 저 몬스테라처럼, 저 국화처럼..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들에 핀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잘 생각해 보아라(마태복음 6:28중 일부)’
나는 분명 13년 전 이 날, 칠흑 같은 어둠 속 밤하늘을 바라보며 신은 어디 있나요, 삶은 이토록 시린 건가요, 나 힘들어요,라고 물었는데, 그 대답을 이제야 조금 들은 것 같다.
백합꽃처럼, 너는 아온이기만 하면 된다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