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회고하며 - 나의 마음 건강
수빈아, 안녕!
난 어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단풍구경을 다녀왔어. 밀양의 '얼음골케이블카'를 타고 높이 올라가, 천왕산이라는 곳까지 왕복 1시간 30분 동안 등산을 했어! 절경이더라. 케이블카를 운행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이번 주에서 다음 주까지면 단풍은 이제 다 떨어진다고 하더라.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내 년에는 정말 단풍이 가장 멋지다는 11월 초쯤 와야겠다!' 하고 생각했어.
12월이 다가오고 있는 요즈음, 올해를 회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오늘은 네게, 올해 2월 말 마무리된 나의 상담이야기와 그 후 나의 마음 건강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상담을 오래 받았어.
올해 3월 초에 3년 반 동안 지속하던 상담을 마무리하기 전에도, 대학교에서, 대학원에서 상담을 여러 차례 받았지. 이와 함께 나의 마음 건강을 위해 정신과에서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중에서 최근 3년 반간의 상담은, 나에게 참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어.
특별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길게 지속했다는 거야. 장기간 상담을 지속하는 것에는 참 많은 에너지가 들어. 물론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되지. 시간적으로는 일주일에 1시간이라 부담이 되지 않지만, 상담을 받는 날과 상담 전후로 드는 마음의 에너지로 인해 1시간이 결코 적게 느껴지지 않아. 대학원에서 인연이 닿은 상담 선생님과 함께, 졸업 후에도 '줌'을 통해 상담을 지속했어. 그 덕분에 내가 서울에서 충청도, 경상도로 지역을 옮겼을 때에도 상담을 계속할 수 있었지.
두 번째로는, 상담선생님과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거야. 선생님과 상담을 종결하게 된 것은 선생님의 출산이 계기가 되었어. 여자 선생님이셨고, 출산을 하실 만큼 젊은 분이셨지. 그 분과의 관계는 참 신기하고 특별했다고 생각해. 나는 그분에 대한 정말 제한적인 정보만 가지고 있거든? 그런데 그분은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어. 나의 가족사, 인생의 사건들, 나의 감정, 나의 주변 사람들 그 이상으로 정말 많이. 물론 나를 다 알 수는 없으시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되셨어. 선생님을 상담 시간이 아닌 다른 배경에서 만나서 따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나는 선생님을 딱 상담실 세팅에서 만나왔어. 선생님은 늘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주셨고, 애정을 기본으로 나에게 질문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셨어. 그 관계가 참 소중했어.
세 번째로는, 상담 시간은 늘 고되면서도, 의미 있었다는 거야. 나는 상담 시간 대부분에 울었어.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의 나르시시즘에 대해서 이해하며 우리 가족의 역동을 정말 잘 이해하게 되었어. 나의 어린 시절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지. 엄마의 상태와 아빠의 알콜릭, 그리고 여타 파생된 많은 사건들이 내게 남긴 생채기들, 불안, 우울, 그리고 결국 나에게 생겨버린 신체적 아픔까지. 상담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참으로 그럴만하구나, 참으로 고생했구나', 하며 토닥여주기도 하고, 나를 응원하고, 받아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 그런데 그 시간은 참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어. 나는 그 시간들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했지. 그렇게 나는 내 감정을 열심히 퍼 냈어. 상담을 하고 나면 마치 모래가 가라앉아 있는 페트병을 섞은 것처럼 가라앉아 있던 온갖 먼지들이 나의 의식 수준으로 떠올랐어.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그 감정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지. 그런데 난 회피하지 않았고, 정직하게 직면했어.
남편은 내가 상담받는 것을 늘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어. 늘 상담을 받으며 울고, 끝나고 나서도 울며 힘들어하는데, 매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상담을 받는다는 거야. 그리고 남편은 물었어. 자기는 그 상담을 볼 수 없냐고 말이야. 나는 1:1이라 볼 수 없다고 대답했지. 상담을 무척 개인적이고, 평가가 어려운 시간이 맞다고. 남편은 궁금했던 거야. 그렇게 상담 시간이 힘든데도, 꾸준히 그 시간을 갖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이야.
선생님과 상담을 종결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 상담을 평생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평생 받기보다는 나도 나 스스로 서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속상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나에게는 큰 지지망이 되었거든. 성인인 여자분과 그런 관계를 맺는 게, 내게는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었어. 엄마와의 관계랑은 너무 달랐거든.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는 이 시간이 끝나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시점에 선생님의 상황으로 인해 종결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거야.
그렇게 2월 말, 나는 상담을 마무리 지었고, 때마침 이사 한 우리 집에 온 너와 남편과 '상담 졸업 파티'를 했지.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청소년이라면 중학교를, 고등학교를 졸업할 만큼의 긴 시기를 보낸 나를, 대단하다고 인정해 주고 축하하고 싶었어. 졸업식처럼, 어떠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
그리고 남편은 내게 졸업패를 만들어 주었어.
축 졸업
'이제부터는 함께'
아온이의 상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3년 반 동안 희로애락이 담긴 상담을 꾸준히, 훌륭히 마친 아온이님에게 축하와 존경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2025년 2월 25일, 반려자 드림.
그렇게 상담을 졸업한 후, 정신과 선생님은 나처럼 상담을 하며 내면을 깊이 보시던 분들이, 상담을 끝내고 나서 좋아지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는 거야. 너무 내면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뜻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두 달 후에는 나에게, 아온님 지금 너무 외적인 것에만 집중하시는 것 같다,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내면을 보시는 게 좋겠다,라고 하시더라?
아따.. 이렇게 정반합을 찾아가는 것인가! 답답했지 뭐야!
아무튼, 현재는 말이야 수빈아,
상담을 마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가벼워졌어.
지금은 약도 먹고 있지 않고 말이야.
상담을 종결한 후에, 의사 선생님의 조언처럼 나는 나의 마음을 나 스스로 돌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것 같아. 여전히, 지금도 나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고 말이야. 상담을 장기간 받고 나서, 여러 가지 깨달은 점이 있는데, 상담도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10회기 정도의 단기 상담은 추천할 것 같아. 그런데 상담은 네게 말한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라 측정이 되질 않고, 선생님과 내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현재 인생에서 어떠한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 다만, 차분하게 앉아서 내 마음의 정원을 선생님과 거닐며 돋보기를 들고 정원 곳곳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말이야. 내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나의 마음과 내 행동의 근원을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해.
다만, 나는 곧 생각이 아니라는 점, 행동이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점, 내면만큼이나 외면도 균형 있게 중요하다는 점, 마음의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그 상태를 뚫고 나아갈 시점도 필요하다는 점,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내가 마음을 격려해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상담이 끝난 이후로 내가 나 스스로 알게 된 부분도 정말 많다고 생각해. 그러한 점에서 나에게 3년 반은, 그간 너무도 억눌리고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지고, 진실을 알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디딤돌이 되어준 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봐.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잘 아껴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또 인정해 주며 나아가고 싶어.
오늘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던 시를 너와 공유하며 편지를 마칠게.
사랑을 담아,
아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