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 엄마가 우리 자매에게 끼친 나쁜 영향들 - 동생과 오해를 풀다
상담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제 완연한 겨울이에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지도 9개월이 넘어가네요. 약 2주 전에, 친구에게 선생님과의 상담을 회상하며 상담 종결 이야기를 편지로 썼어요. 그런데 요새 많이 힘들어져서 오랜만에, 선생님과의 상담을 상상하며 저의 마음을 글로나마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동생과 길게 통화를 했어요.
일상 얘기를 하다가, 동생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어요.
동생은 저를 차갑게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어요.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 복수하는 마음으로 저에게 지난 명절에도 놀리듯이 말을 걸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랬어서는 안 됐는데 미안했다고 얘기했어요.
저를 지난 10년 이상 본 친구들과 저의 남편은 저를 '따뜻한' 사람이라고 보지, '차가운'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니 동생은 놀란 눈치였고, 저는 그 반응에 또 놀랐어요.
그리고 저는 순간, 동생이 왜 저를 차갑다고 느꼈는지를 깨달았어요.
선생님, 나르시시즘을 지닌 엄마가 저와 동생을 무척 다르게 양육한 것을 기억하시죠? 그리고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들이 가족 안에서는, 특히 절대적인 관계인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는 더욱이 자녀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주셨잖아요.
엄마는 저에게 무척이나 엄격했고, 단호했고, 완벽주의적이었어요. 반면, 동생에게는 방임에 가까울 만큼 관대하게 굴었어요. 양육방식은 전혀 일관되지 않았고, 저와 동생의 사이를 이간질했죠. 동생에겐 저의 욕을, 저에겐 동생 욕을 하면서 제가 엄마에게, 동생이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죠. 각자에게 엄마에게 '특별한 자녀'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면서 동시에 '너도 버려질 수 있다'는 기분을 들게 했고요.
뿐만 아니라, 제가 최악이라고 느끼는 지점은 엄마가 저에게 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주었다는 거예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죄책감'은 정말 힘든 감정이라고요. 그런데 저는 어떠한 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동생보다 공부를 잘 한 죄, 그로 인해 학교에서 인정받을 것이라는 죄, 엄마의 기준에서 동생보다 제가 예쁘다는 죄, 동생보다 학교 생활을 잘한다는 죄로 인해서 엄마는 저를 늘 깎아내리려고 했어요. 제가 좋은 성적을 가져와도 당연시하거나, 약간의 무시하는 태도를 하곤 했죠. 그렇다면 엄마는 동생을 잘 돌보았는가? 그것도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너는 나랑 똑 닮아서 어떻게 대하고 가르칠지 알겠는데, 네 동생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너랑 너무 다르고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하며, 방임을 정당화하셨죠.
자녀 또한 부모를 모두 관찰하고, 파악하고 있으며, 분별하는 능력이 있잖아요. 저는 비일관적인 양육태도를 지닌 엄마를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의아했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린 저는 이상하다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했을 뿐, 누군가에게 그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어요.
그리고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저희 가정에 일어났어요. 엄마는 감정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어떨 때는 한없이 약해 보이니, 제가 엄마의 부모가 되는 자리에 있게 된 거예요. 엄마와 아빠의 부모 자리예요.
그것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은 엄마가 아빠를 알코올 중독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이것을 상호의존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 상황을 이끌어서 아빠를 병원에 입원시킨 것이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너는 정말 대단하다, 의지가 된다'며 제 품에 안겨 우셨죠. 저는 그때 단호했고, 어떻게 해서든 이성을 꽉 붙잡았거든요. 그렇게 엄마의 힘이 되어주고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동생이 가출을 반복하고, 여러 어려움을 겪을 때에 엄마는 어떠한 기준을 내세우지도 않았고, 감정적으로 케어하지도 않았으며, 훈육하지도 않았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동생에게 엄마처럼 대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동생이 규칙과 기준, 관계 맺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래서, 아빠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아빠가 지도해 줄 수 있는 이성적인 모습을 동생에게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연히 저는 아빠가 아니고, 보호자도 아니며, 어린아이일 뿐이었고, 이런 모든 무의식적인 생각들은 아마도 서툴게 동생한테 드러났던 듯해요.
'왜 동생은 나를 차갑다고 느꼈을까'에 대한 이유가 저에게 파도처럼 깨달음으로 오면서, 저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동생이 저를 놀리듯이 말할 때가 자주 있었어요. 동생이 사과한 부분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놀랍게도 엄마가 동생과 편을 먹고 저를 놀리며 까내릴 때 하는 대화방식이었어요. 저는 동생에게 습관처럼 그런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난 명절에는 '그런 대화방식으로 인해 내가 기분이 나쁘다. 엄마가 너와 나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엄마가 나를 무시하는 생각과 태도를 너에게 심은 것이니, 그러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간과 시간이 없어서 동생에게 말하지 못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엄마가 나르시시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못했다면, 아마 저는 동생이 저를 늘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오해가 오해를 낳아 관계는 끊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의 심리를 알게 되었기에 동생과 이제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나누고, 존중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엄마에게 화가 났어요. 엄마의 마음판이 그렇게 설계되어 버려진, 나르시시즘 엄마의 전형적인 양육방식을 저의 과거에서 발견하면서, 엄마가 미운데도, 모든 것이 그녀의 무의식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그 누구도 마음껏 탓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쓰라렸어요.
동생과 대화를 끝내고 나서,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에 지진이 난 것처럼 동요가 일었어요.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나서는, 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 마음이 지치고, 아프고,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처럼 슬프고, 눈물이 나고, 괴로웠어요. 똑같았어요. 동생과 대화한 수요일 밤엔, 슬픈 대로 눈물을 맘껏 흘리고 잠들었어요. 그렇게 4일이 지난 오늘까지 저는 불안했고, 예민했고, 슬펐어요.
그래서 많이 슬퍼요.
어제는 남편 앞에서 엉엉 울었어요.
턱 통증은 '울음이 머무는 곳'이어서, 슬픔이 제때, 충분히 못 빠져나가서 그렇다고 하던데요. 어쩌면 저는 알지 못했던, 여전히 저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있던 아픔을 또 한 번 발견하고, 인지하고, 받아들인 걸 지도 모르겠어요. 동생과 전화상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오해를 풀었고요.
선생님, 엄마의 주입으로 인해 저는 동생을 여전히 불쌍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동생이 정신적으로 괴로워했던 모습을 기억해요. 그리고 실제로 무척 동생이 불안해해서 병원 입원을 같이 알아보러 다닌 적도 있잖아요. 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깊은 두려움과 불안함이 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어요. 그렇지만요, 선생님. 예전부터 남편과 연습하려고 노력한 건데요. 동생이 지난 5년 동안 소규모 베이커리의 1인 직원으로 일해왔다는 것, 강아지를 10년째 보살피며 살고 있다는 것, 힘든 시기를 결국엔 통과해 자립해 살고 있다는 그녀만의 강인함을 믿어주려고요.
동생이 저보다 학력이 낮고, 돈을 덜 벌고, 친구가 너무 없고, 저처럼 못 누린다고 느끼는 죄책감이 느껴질 때면, 이건 전적으로 제가 그렇게 그녀의 일상과 삶을 평가하는 것이잖아요. 저의 시선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으나 '오만한' 시선이라는 것을 기억하려고요. 그녀만의 역경 극복, 성실함, 관계 맺기, 강아지 돌보기 등을 멋지게 바라봐주려고, 연습하려고요.
선생님,
마음이 아파요.
와, 진짜 1년 전엔 선생님과 대화 어떻게 매주 1시간씩 했나 모르겠어요! 진실을 마주하고,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과정은 이렇게나 쓰린 것이었어요.
선생님,
그래도 저요. 이제는 저의 감정을 알고, 인지하고 있어요. '아, 나 지금 많이 예민하구나. 저 사람이 그저,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은 행동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지금 많이 취약하구나.' 인식해요. 그리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럴만하지. 힘들만하지.' 받아들여요. 그리곤 조금 시선도 틀어봐요. '아, 그래도 지금은 학생 수업에 집중하자, 수업 준비 해 보자' 이렇게요. 그렇게 일에 몰입하면, 조금 또 힘이 생겨요.
어린 시절의 저는, 특히 고등학생 시절의 저는, 힘든 상황에 대한 저의 감정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 모두 꽁꽁 얼려버렸어요.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억압시켰어요. 결국 저의 몸의 아픔으로 터져버렸잖아요.
그런데요, 지금은 달라요. 힘든 마음, 이젠 인지하고 있어요. 알아주고 있어요.
그래서, 분명 괜찮아질 거예요.
어제는 아침에 햇살을 맞으면서 러닝도 했고요, 저녁에 맛있는 양념게장도 먹었어요. 일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채워가려고 해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을 통해서 대화하는 방식, 사람의 복잡한 심리 등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것들을 타인과 대화할 때, 사람을 바라볼 때도 많이 적용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념하며 저희 거실을 예쁜 트리와 소품들로 꾸몄답니다!
이제는 저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을 주변에 자주 설치하려고 노력해요!
무척 추운 요즘이지만, 평안히 계시기를 바라요.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아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