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땀에 젖은 등, 그리고 턱의 통증이 말해주는 것
재작년 이맘때, 나는 식은땀에 등이 모두 젖은 채로 일어났다. 또, 엄마가 날 괴롭히는 꿈이었다. 엄마가 나를 이도 저도 못하게 하는 트랩에 가둔 듯한 상황에 놓았고, 나는 그 안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긴장하고, 힘들어했다. 평소에 땀이 많지 않은 나는, 자주, 엄마의 괴롭힘에 슬프게 눈을 뜨곤 했다. 그렇게 늘 턱이 아팠다. 꿈 안에서, 편안히 이완하지 못하고 긴장한 채로 밤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요즘, 나는 엄마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이젠 엄마가 꿈에 잘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가 눈치챘다.
'와, 이제 엄마가 내 꿈에 잘 나오지 않는구나' 하고.
그렇게 나는 정말로, 그녀로부터 독립하고,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완전히 내 꿈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께 밤, 오랜만에 그녀가 내 꿈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그녀와 싸웠다. 꿈에서 엄마에게 괴롭힘 당한 것을 남편에게, 지인에게 얘기했을 때, 그들은 나에게 말하곤 했다.
'이제는 싸워!'라고.
'나도 싸우고 싶어. 그런데 내 마음이, 내 몸이 마음 같지가 않고 늘 주눅 들고 무서워.'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저께 밤, 나는 엄마와 꿈에서 엄청나게, 격렬하게 싸웠다. 몸이 흔들릴 만큼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새벽에 눈을 떴고, 내 등은 또 식은땀에 완전히 젖어있었다.
다시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턱이 무척이나 알알했다. 엄마와 싸우느라 턱에 온 힘을 주고, 긴장했나 보다. 속상했다. 하지만 달라졌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꿈에서도, 엄마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나와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못 했던, 나르시시스트였던 그녀에게.
그리고 어젯밤, 엄마에 이어 오랜만에 아빠가 꿈에 나왔다.
꿈속에서 난 지인들과, 하얀 방에서 즐거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약간은 설렌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자인지 카톡인지 나의 위치를 가족에게 남기고 말아, 아빠가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자마자, 괴물 같은, 알몸의 남자가 거의 눈을 감은 채로, 술에 취한 채, 문을 열고, 엄청난 무게감으로 등장했다. 아빠였다.
나는 친구에게 112에 전화해서, 그를 데려가라고 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아빠와 몸싸움을 했다. 무겁고 큰 그를, 유도에서처럼 엎어치기 하려고, 힘을 주었다.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치고, 그를 막고자 했다.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턱은 어제만큼이나 알알했다. 목은 뻣뻣했고, 관자놀이가 지끈했다.
5년이 지났지만, 돌아가신 아빠는, 알콜 중독이었던 아빠는, 여전히 내 무의식 중에 과거의 공포로 남아있었나 보다.
두 꿈을 연달아 꾸면서, 턱의 알알한 감각에 속상했고, 슬펐다. 아팠다.
그리고 마음은, 알알한 감각만큼이나 아릿했다.
하지만, 꿈에서의 나는 달랐다는 것을 인식했다.
나는 엄마와, 아빠와 '싸웠다.'
엄마에게 실제로 화내지 못했던, 끝도 없이 억압했던 내 분노를, 나는 그녀에게 '터뜨리고', '소리쳤다.'
아빠를 두려워한 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친구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명확하게 요청했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나는 달라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겪고 있다. 이 과정은 지난하다.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고,
오랜 시간 그 가정에서 자란 나에게, 장기적인 트라우마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잘 소화하고 있다.
비록 아침에 너무 피곤했지만,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EBS 파워잉글리시도 듣고,
아침잠을 조금 더 잤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하루를 온전히, 알차게 보냈다. 내게 주어진 일을 감사하게 해냈고, 맛있게 식사했고, 만나는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눴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많이 변한 내가, 자랑스럽다.
지난한 어둠을 뚫고 아침을 맞이한 나를 안아준다. 고생했어. 사랑해.
앞으로, 또 꿈을 꿀지 모른다. 아니, 꿈을 꿀 것이다.
그때, 난 또 싸울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언젠가는, 그들과 평화로운 식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래의 시처럼, 나는 나의 흉터가 부끄럽지 않다. 흉터도 나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