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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운 Mar 21. 2022

[0]그로스 해킹,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만들기

대표님이 '우리도 그로스 해킹해볼까?'라고 말할 때 보여주는 글

들어가며

그로스 해킹이 뭔지 궁금하신가요?

그로스 해킹이 뭔지 가장 정확한 대답을 얻고 싶다면 션 엘리스가 쓴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이라는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5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이 글을 읽으세요. '그로스 해킹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수십 번 대답해주며 정리한 생각을 적어놨습니다. 스타트업이나 마케팅을 전혀 모르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의 정의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엔비와 드롭박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회사들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릴게요.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에어비앤비는 집에서 남는 방에 방문객이 며칠간 단기로 머물 수 있게 도와주는 중개 플랫폼이었습니다. 사업 초기의 에어비앤비는 다른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 정보를 가져와서 자기 서비스에 올려두었다고 합니다. 쿠팡에 등록된 상품 정보를 내 온라인 쇼핑몰에 올려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경쟁사의 자산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반칙이지만 당시에는 용납이 되었고, 꽤나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서버에 사용자의 파일을 저장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지금이야 너무 흔하고 당연한 기능이지만 이 서비스가 2007년에 시작했다는 걸 생각하면 시대를 앞선 혁신적인 서비스였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앞선 모든 서비스가 그랬듯이 당시의 드롭박스도 고객을 모으기 힘들었죠. 드롭박스는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드롭박스 사용자가 새로운 친구를 신규 고객으로 초대하면 사용 가능한 저장 용량을 높여주는 거였죠. 이런 초기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드롭박스는 초기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성과를 본 주변 기업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광고에는 돈을 한 푼도 안 쓰면서 고객을 모을 수 있다고?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그로스 해킹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광고가 아니라 서비스 자체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정립되었죠. 그런데 에어비엔비나 드롭박스의 사례가 그로스 해킹의 본질은 아니에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에게 이제 제가 생각하는 그로스 해킹의 정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조직과 제품이 성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시스템'이라니... 무슨 의미인가 당황하셨나요? 이에 대해 더 설명드리기 전에 '그로스 해킹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도록 합시다. 빨리 결론부터 알고 싶다면 다음 단락을 건너뛰고 읽으셔도 좋아요.


그로스 해킹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분은 에어비엔비와 드롭박스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오해를 하곤 합니다. "제 서비스에서도 멋진 아이디어 하나만 잘 적용하면 매출이 두배, 세배는 늘어나겠죠?"라고 질문하시는 대표님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로스 해킹은 그런 게 아닙니다. 멋진 아이디어는 그로스 해킹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고 실무적인 그로스 해킹은 업무의 방식과 문화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 자체는 즐겁습니다. 멋진 디자인, 멋진 기능을 출시한 뒤의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을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를 통해 실제로 멋진 성장을 이뤄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성장은 꾸준히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이디어 자체를 그로스 해킹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좀 더 일상적인 활동을 생각해볼까요.

성적을 높이고 싶다면 매일 꾸준하게 공부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보충하는 것을 반복하면 됩니다.

멋진 몸매를 갖고 싶다면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정해진 식단을 지키면 됩니다.

공부나 운동을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해 나간다면 원하는 성과를 얻는 게 좀 더 힘들고 좀 더 오래 걸릴 겁니다.

시스템을 갖추고 잘 따르는 게 중요하죠.


제가 정의하는 그로스 해킹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잘 따라 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팀에게 잘 전파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직관이 아닌 실험과 관찰과 학습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나가고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테스트를 계속 돌리고 뭐가 좋은지 배워나가는 과정,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이 곧 그로스이고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까지가 그로스 해킹이라고 생각해요.


그로스 시스템의 구성 요소

지금 우리가 그로스 해킹을 잘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래 질문들에 스스로 답변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그로스 시스템을 그로스 전략, 업무 프로세스, 그로스 문화의 세 분류로 나누었습니다.


그로스 전략

우리 그로스 팀이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는가?

그로스 팀의 업무 결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나?


업무 프로세스

그로스 담당자와 타 부서 실무자들이 함께하는 미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나?

그로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나?


그로스 문화

의사 결정권자는 그로스 팀의 업무 진행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나?

의사 결정이 담당자의 직관이 아니라 테스트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고 있나?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좋은 그로스 해커는 그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을 넘어서 팀에 새로운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 예고

다음 글은 PMF에 대해서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초기 기업들이 PMF를 잘못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보편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진 내용에 대해 쓰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내용들은 저보다 더 경험많고 똑똑하신 분들이 잘 정리해놓은 글이 있을테니까요. 앞으로 기존의 통념을 제 나름대로 해석한 글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로스 도움이 필요한 팀들의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메일[Growwithsteven@gmail.com]로 연락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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