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글을 어쩌다가 읽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넷의 바다의 수많은 글과 영상들 사이에서 제 글을 찾아서 읽게 된 것은 대단한 인연이겠지요.
저는 이 문장을 2023년 2월 17일 14시에 집 근처의 카페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와는 다른 공간과 시간에 존재할 테니 우리는 글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스티븐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통해 다양한 스타트업들에 그로스 컨설팅을 제공하는 장영운입니다. 이 글은 제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보통의 에세이가 그렇듯 이 글은 중요한 교훈이나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제가 겪는 생각과 고민을 정리한 것이지만 당신에게는 낯선 타인인 제 생각의 궤적을 확인하며 당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잠깐의 즐거움을 얻어가신다면 참 좋겠군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모든 게 조금씩 시시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싼 음식을 먹거나, 특이한 체험을 하더라도 어린 시절만큼 순수하게 즐겁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지금 당장 즐거운 경험을 더 많이 해보기를 권합니다. 현재 나이와 관계없이 행복을 미루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경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는 논리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데요. 예컨대 즐거운 여행을 10대에 경험한다면 평생 그 기억을 갖고 살 수 있지만 동일한 여행을 은퇴 후로 미루게 된다면 여행의 즐거움을 곱씹을 기간도 줄어듭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빠른 시점입니다. 혹시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막연히 뒤로 미루고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일정을 정해서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 스스로가 많은 부분에서 서투르고 미성숙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고 아무리 열심히 달려봐도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얻은 작은 성취가 타인의 커다란 성취와 대비되어 초라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까닭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우리 인생의 초반부를 되돌아봅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계속해서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인생에서는 크게 고민이 없습니다. 막연하나마 앞으로 목표해야 하는 바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거짓된 안정감이 사라진 후의 사회생활에서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조차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나뿐인 것 같고, 다른 모든 이들은 명확한 목표를 갖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깨달은 것은 잠시동안 목표가 없이 여유를 갖는 것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도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도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사실 제가 최근에 이런 감정을 겪었습니다. 프리랜서인 저는 지난달에 마지막 프로젝트가 종료되었고, 일시적으로 무직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생계의 걱정이 없으면서도 일하지 않는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니 불안감과 우울감이 스며들더군요.
저는 평소에 해보고 싶던 특이한 운동을 시작했고, 좀 더 글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해보고 싶던 공부도 하고 제 컨설팅이 필요한 팀과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려고 합니다.
쉬어도 됩니다. 어떻게 쉬는 게 더 효과적일지 고민하지 않고 막연하게 쉬어도 좋습니다. 개인의 수명이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직무 변경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서는 스스로에게 이전 세대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이 브런치에는 제 전분 분야와 관련된 글들을 적어왔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작성한 ‘버튼’이라는 제목은 제가 처음으로 작성해 본 에세이였습니다. 저로써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는데요.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어려울 게 없지만 그 글을 이 브런치에 게시하는 것에는 꽤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왜냐면 그동안은 ‘컨설턴트 스티븐’이라는 페르소나를 유지하며 글을 써왔지만 ‘버튼’은 인간 장영운이 느끼는 바를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헝클어진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과 본인의 내밀한 고민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특이한 활동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통계 자료는 없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는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것을 일반화하면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채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창작 활동 중에서도 그 진입 장벽이 가장 낮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을 창작자의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모든 글에서 배울 점을 찾게 되지요. 혹시 저와 함께 글을 써보고 싶은 분은 디스콰이엇의 글쓰기 모임을 찾아주세요.
역시 에세이를 공개적으로 작성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울 게 없습니다. 나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공개한다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것과 비견되는 공포가 느껴지네요. 변명삼아 에세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