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돈을 잘 버는 데이팅 앱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틴더, 범블 등이 있고 국내에서는 위피, 글램 등이 있다.
하지만 돈을 잘 버는 데이팅 앱이 존재한다고 지금 새로 시작하는 데이팅 앱들에게도 그런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이 글은 새로 시작하는 데이팅 앱이 겪게 될 어려움들에 대해 다룬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신생 데이팅 앱이 마주할 난관들이 너무 많고 험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낫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1. 구조적인 사용자 이탈의 어려움
물론 사용자 이탈은 데이팅 앱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쿠팡, 배달의민족, 혹은 인스타그램 앱을 지우고 있을 테니. 그런데 데이팅 앱의 사용자가 이탈하는 과정은 꽤나 독특하다. 데이팅 앱은 앞서 언급한 모든 서비스들과 달리 제 역할을 잘 수행하면 사용자가 이탈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예컨대 누군가가 쿠팡을 그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유가 무엇이건 쿠팡에 불만족스러운 점이 생겼거나, 쿠팡보다 더 만족스러운 다른 대안을 찾았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어떤 데이팅 앱이 남녀를 연결해 주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 가입한 사람들이 모두 금세 연인을 찾게 된다면 더 이상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일을 잘해서 사용자가 떠나간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데이팅 앱의 사용자 이탈이 구조적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2. 사용 시기가 짧은 어려움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시기 자체가 짧다. 사람이 연애를 하는 기간은 20대에서 30대로 짧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짝을 찾아 나서는 기간만 따지면 꽤나 짧아진다. 상대방을 찾아 나서는 시기보다, 이미 찾은 상대방과 관계를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시기가 훨씬 길기 때문이다.
3.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의 어려움
두 번째 이유와 이어진다. 주로 연애를 하는 시기는 2, 30대의 젊은이들이다. 그 연령대의 트렌드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장기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게 매우 어렵다. 지금 잘 통하는 데이팅 앱의 성공 공식이 5년 뒤에도 통할까? 10년 뒤에는?
4. 네트워크 효과의 어려움
네트워크 효과가 뭘까?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서비스의 가치가 덩달아 올라가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쿠팡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서비스다. 더 많은 소비자가 쿠팡을 사용할수록 더 많은 판매자가 모이게 되고, 다시 더 많은 판매자는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여 더 많은 소비자를 불러 모은다.
신라면은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신라면을 먹는다고, 내가 먹는 신라면이 더 맛있어지거나 저렴해지지는 않는다.
네트워크 효과는 보통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발견된다. 데이팅 앱도 예외가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가? 네트워크 효과가 더 많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이고, 데이팅 앱에도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서비스의 가치는 제곱으로 증가하지만, 사람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서비스가 가치가 제곱으로 줄어든다. 새로 생긴 음식점에 첫 손님으로 들어간다고 내가 먹는 음식의 질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새로 생긴 데이팅 앱에 첫 사용자로 들어간다면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를 음의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때문에 데이팅 앱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 와중에 남녀의 성비까지 맞춰야 하니 어려움은 두 배가 된다. 현재 우리가 이름 정도는 들어본 데이팅 앱들은 모두 이 네트워크 효과의 어려움을 거쳐왔을 것이다.
6. 높은 광고비의 어려움
위의 모든 이 유과 이어진다. 사용 시기가 짧고 트렌드가 빨리 변하니 힘든 고비를 넘겨 만족스러운 매출을 내고 있더라도 이 성과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모른다. 그 와중에 음의 네트워크 효과와도 싸우려면 '많은 사용자들을 동시에' 앱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데이팅 앱이 고객 유입을 광고에 의존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천천히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갈 수 있는 유형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데이팅 앱이 동시에 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광고비가 치솟고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지속적인 걸림돌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그저 광고비가 높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다. 광고비 지출이 높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데이팅앱의 경우는 "한번 사용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멋진 서비스를 만들고,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입한 뒤에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매출을 이뤄내며 광고비를 회수한다"라는 일반적인 모객 방식이 데이팅 앱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7. 엑싯의 어려움
사실 이건 내가 투자를 하고 엑싯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참고한 자료에서 데이팅 앱의 엑싯이 어렵다고 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Andrew Chen이 한 이야기니까 틀림없으리라.
이 부분은 뭔가 시사점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라, 나라면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해 보기 위해 작성했다.
나는 데이팅 앱 사업을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싸움에 뛰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신성처럼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나타나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일은 항상 있어왔다. 그런 일이 데이팅 앱 시장에서도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내가 데이팅 앱 사업을 한다면...
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시 한번 정의하고 빈 틈을 찾을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를 만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하지만 화면 너머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선택이 더 쉬워졌거나, 선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말은 아니리라. 문제를 좀 더 쪼개면 빈 틈이 보이기 마련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을 만날 수 있게 연결해 주는 앱. 애완동물을 매개로 사람을 이어주는 앱, 혹은 출산을 원하는 사람만을 위한 앱 등 고객의 범위를 좁게 정의해야 할 것 같다.
https://andrewchen.com/why-investors-dont-fund-dating/
https://www.youtube.com/watch?v=x3lypVnJ0HM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효과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도서를 링크한다.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이다.
Cold Start Problem https://amzn.to/3HCtn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