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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윤 Jul 20. 2023

엄마가 되었다

나같은 사람도 엄마가 될 수 있구나

결혼 1년 반 만에 나는 엄마가 되었다.

내가 엄마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 몸이 다 망가져 버리면 어쩌지. 남편이 아빠역할을 잘 못하면 어쩌지. 수많은 걱정들이 아기를 만나기 전 나를 찾아왔다.

그 걱정들은 아기를 만나고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정말로 엄마가 되어있었고, 남편은 나만큼이나 아기를 사랑했다.


자연분만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출산 예정일이 2주도 더 남은 시점에 양수가 터져버렸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양수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남편은 영화 '머리속의 지우개'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무서웠다고 한다. 첫 출산이던 나 역시 어찌할 바를 몰라 우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정말 양수면 감염위험이 있으니 병원으로 바로 오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본 건 있어서 자연분만 바로할까 봐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밥심으로 낳으려고. 그 때의 나는 정말 비장했다.)


양수 터진 것 같다고 하니 진료대기자를 모두 고 진료실에 입성했다. 양수가 맞다고 한다. 보통 양수가 터지면 진통도 오니까 분만대기실에서 기다려보자고 했다. 하필이면 주말이었고 일요일에는 당직선생님 한 분뿐이라 유도분만도 안된단다. 결국 월요일까지 기다려도 분만진행이 되지 않았다. 양수 터진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단다. 바로 휠체어에 실려서 남편과 혹시 모를 작별의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수술실로 끌려갔다. 겁이 많았던 나는 생전 처음 누워보는 차가운 수술대가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수술준비가 정신없이 진행되어 무서워할 틈도 별로 없이 마취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내가 회복실에서 일어나자마자 아기가 괜찮은지부터 계속 물어봤다고 한다. 남편말로는 그 모습이 정말 엄마 같았다고 한다.


무려 9개월이란 시간을 기다린 아기와의 첫 만남. 아기가 너무 궁금해서 수술직후 일어나기도 힘든 몸으로 휠체어 타고 만나러 갔다.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할 수가 있지? 내 몸속에서 나온 아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아직은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얼떨떨했다.


육아는 생각이상으로 진땀이 났다. 가슴은 땡땡해지다 못해 젖몸살이 왔다. 상상이상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고 불편했다. 아기는 어찌나 작은지 혹시나 부러지기라도 할까 만지기도 조심스러웠다. 기저귀 하나 갈기도 어려웠다. 아기가 울면 어찌할 바를 몰라 진땀이 줄줄 나는 것이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가 진짜 육아의 시작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먹겠다고 울어대는 아기. 씻기는 것 하나도 울어대는 통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밤만 되면 아기는 잠을 안 자고 내리 울어댔다. 일주일간 남편과 새벽에 2교대로 아기를 보는데 정말 내 인생에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신기한 은 나는 아기에게 점점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가 했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너무 사랑스럽단 눈으로 아기를 안아주었다.


아이는 클수록 더욱 이뻐졌다. 없던 머리카락도 생기고. 배냇짓을 거의 안 하던 아기인데 방긋방긋 웃기 시작했다. 할 수 없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비로소 엄마가 되어서야 이런 게 부모의 사랑이구나 알게 되었다. 너에게 무엇을 주어도 나는 아깝지가 않겠구나. 내 심장을 떼어주래도 떼어줄 수 있겠구나.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그러니 나는 한편으로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나의 부모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내게 무관심했던 부모. 칭찬과 인정을 끝없이 갈구했는데...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갈구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불쌍해지는 것이었다.


그래나는 더욱 결심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만큼은 꼭 사랑 가득 받은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해 주기로. 지적보다는 칭찬을, 비난보다는 공감을, 충고보다는 진심의 조언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반드시 알려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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