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우리의 아이를 철없는 아이로 키우기로 했다.
누군가는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애가 철이 없으면 쓰나. 철이 들어야지'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우리 아이에게 "넌 참 어른스럽구나" "넌 철이 빨리 들었구나" 하면 화를 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생긴 후 그렇게 결심했다. 이 아이는 꼭 '철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나는 집 밖에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들었다. 나이보다 생각이 성숙한 것 같다는 말도 참 많이 들었다. 나는 그것이 칭찬인 줄로만 알았다. 나쁜 의도의 억양을 담아서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내가 아이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것은 30대가 되어서야 알게되었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편안한 환경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집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안 아이.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안 아이.
부모의 싸움을 지켜보고 화해시켜야 했던 아이.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된 아이.
겨우 6살짜리에게 그렇게 하면 나중에 시집 못 간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
조건부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
무조건 참으라는 말을 들으며 큰 아이.
그 아이들은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나와 나의 남편. 두 사람이 그러했다.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떼를 한 번도 쓰지 않는 아이. 알아서 잘하는 아이.
부모를 챙기는 아이.
마음 편히 "부모님이 도와주실 건데 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아이.
그게 나와 남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한 것이다. 우리 아이는 철없게 키우자고 말이다.
그냥 아이다웠으면 좋겠다. 엄마아빠 사정 걱정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우리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사랑 준 만큼 여유롭게 주변에 베풀 줄 아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로 크면 좋겠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이게 맞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도 혹여나 어른스럽게 키운 아이에게는 이런 힘듦이 있다는 것 정도는 이 글을 통해 써내려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