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만나는 새로운 도시와 문화,
그리고 다양한 기후와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 시간이 나면
어떻게든 돌아다녀보려고 눈을 요리조리 돌렸습니다.
그 결과 꽤나 여러 곳을 다녀왔죠.
지난해 11월,
당시에도 여느 일반적인 여행과 같이
새로 마주하는 곳에 대한 설렘을 갖고
아이슬란드로 향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여행 기간 10일, 다녀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네요.
당시에 봤던 광경은 아마 쉽게 잊히지 않을 겁니다.
보통 각 대륙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들이 있기 때문에
나라가 달라도 대륙과 문화권이 비슷하면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도 받기 마련인데
아이슬란드는 달랐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지구 밖에 존재하는 또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때의 기억을 휘발시키긴 아까워
좀 지났지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느꼈던 것을 좀 적어봤습니다.
제겐 아무래도 생소했던 아이슬란드는
접근성이 안 좋아 가는 길이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헬싱키를 경유하는 핀에어를 이용했는데
아이슬란드 주요 공항인 케플라비크 공항까지
경유하는 시간 포함해 16시간가량 걸렸습니다.
경유해서 유럽의 다른 나라를 가는 시간과 비교하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은 거죠.
북극 항로를 통해 가기 때문에
영국보다 고위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까지의
거리 자체가 짧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가 고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특징은 비행기 시간뿐만이 아닌데요,
노르웨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처럼
여름에는 백야 현상이 나타나고
겨울에는 밤이 매우 길다는 것이
더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갔던 11월의 아이슬란드는
겨울이 한창일 때였습니다.
해가 9시 넘어서 뜨고
3시가 넘으면 어두워졌기 때문에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북극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 이름 오로라.
오로라는 아이슬란드나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고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요,
지구 남북 극단의 자기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짧게 체류하는 여행객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운도 필요하다고 하네요.
일단 밤이 깊은 겨울에나 볼 수 있고
자기장의 세기, 구름, 바람 등
모든 박자가 맞아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의 하늘에서
오로라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땅에서는 신비로움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화산과 빙하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죠.
이 지형적 특징이 특히나 매력적인 것은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도착한 당일부터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묵은 첫날
숙소 화장실에 있던 안내입니다.
수돗물의 뜨거운 물을 틀면
화산으로 인해 데워진 물.
그러니까 유황 성분의 온천수가 나오고
찬 물을 틀면 빙하에서 녹은
맑은 물이 나온다는 겁니다.
실제로 샤워하려고 물을 틀면
유황 냄새가 나서 적응이 좀 필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물이
천연 온천수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빙하수 역시 일반 가정집부터 공중 화장실까지
아이슬란드 전역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서
현지 주민들은 물을 사 먹지 않습니다.
저 역시 아이슬란드에 있는 내내 조금 과장하면
단 맛이 느껴지는 수돗물을 마시고 지냈습니다.
물론 어떤 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이런 완벽한 수자원 덕에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 회사 동료들로부터
피부가 왜 이리 좋아졌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매일 온천수로 샤워하고
맑은 빙하수를 마시니 그럴 수밖에요.
어째 물 이야기가 좀 길어지지요?
사실 제 아이슬란드 여행은
모두 이 물에서 시작하고 끝이 납니다.
이 지구 밖 행성 아이슬란드의 모든 멋진 장면들이
이 물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가 온천이기도 합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질이 좋기도 하거니와
노천에서 맥주 한잔에 멋진 풍경을 보며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까요.
화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죠.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에서는 화산이 만들어낸
다양하고 독특한 지형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이 감돌던 검은모래 해변에서는
불시착한 외딴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아이슬란드 곳곳에 있는 각양각색의 산과 바위들의
다른 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화산 활동 중인 아이슬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초반에 갔던
게이시르라는 곳인데요,
마치 자기가 살아있으니 잘 보라고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놀랍죠?
간헐천이라는 뜻의 이 게이시르의 활동은
지진 활동과 지각 변동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이 행성의 생명을 유지하는
빙하수의 원천을 따라가 볼까요.
'인터스텔라' 촬영지이기도 했던
바트나요쿨이라는 빙하 지역입니다.
참고로 요쿨이라는 말은 빙하를 뜻하는 말이라네요.
아이슬란드에는 이렇게
빙하 위를 트래킹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이 빙하가 생기게 된 것은
아이슬란드 내륙의 높은 산에 내린 눈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백 년 간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인 뒤 압력이 가해진 결과라고 합니다.
그 빙하가 녹아 거대한 폭포와
강을 이루기도 하지만
녹지 않은 빙하는 지대가 낮은 곳까지 내려와
끝내 바다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이런 장관은
아이슬란드 여행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빙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아이슬란드 동서부 해안가에는
피오르드 지형이 꽤나 많습니다.
제가 간 곳은 세이디스 피오르드란 곳이었는데
이 피오르드 해안의 양 끝의 거리가
10km는 족히 넘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는데
이렇게나 웅장할 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던 거는
역시나 세상을 글로만 배웠기 때문이겠죠?
이 거대한 피오르드 해안 끝에는
마을이 자리 잡아 있습니다.
거대한 지형에 반해 마을은 아기자기합니다.
웅장하면서도 잠잠한 바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자연스레 평안함이라는 단어가 연상됐습니다.
결국 일정을 변경해 이 마을에 며칠간 머무르게 됐죠.
이 마을을 잊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오로라를 보는 거였는데,
바로 이 세이디스피오르드라는 마을을 가는 길에
난생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죠.
하늘에서 초록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감적으로 이거 오로라다라고 생각했죠.
점차 뚜렷해지더니 잠시 후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초록빛 오로라가
춤을 추며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본 것 여러 인상적인 장면 중
가장 신비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 있던 기간 10일.
오로라, 화산, 빙하의 조화는
지구 밖 또 다른 행성에 왔다는 환상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다시 아이슬란드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여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여름의 아이슬란드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겠지요.
만약 이 글을 보는 분 중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당장 아이슬란드행 티켓을 끊으면 됩니다.
그리고 다녀오신 후 저와는 또 다른
아이슬란드 행성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