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도 아이는 안 생길 거라니까요?

우리가... 난임이라니!

by 정그루

차가운 수술실 같은 공간에 누워 있다. 양팔은 묶여있었던가, 간호사가 잡아 주었던가. 낯선 부위에 낯선 기계가 들어가고, 생전 처음 느끼는 불쾌한 뜨끈함이 몸에 퍼지면서 혈관이 터지는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진다. 외계인에게 붙들려 인체 실험을 당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5초면 끝난다고 들었는데, 정말일까. 하나, 둘, 셋..., 세상 아파서 소리 지르고 싶은데. 지를까, 말까. 으아아. 안 되겠어... 질러야겠다.


"... 끝났습니다! 어유, 너무 잘 참으시네요."


소리 지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태어나서 앞으로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검사였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이 하이톤으로 칭찬 세례를 선물해 줘서 금세 볼을 붉히며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긴커녕, 누가 목소리가 더 큰지 응애 배틀을 하던 우리 부부. 결혼 2년 차임에도 우정과 미운 정만 쌓아 가며 여유를 부리다 친구의 추천으로 일단 산전검사를 하러 갔다. 남편은 작은 방에서 자신의 할 일을 잘 해내면 끝이었고, 나는 건물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유명한 병원이면 다 괜찮겠지 싶어 예약 빨리 되는 선생님으로 예약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 같은 F 인간과는 맞지 않는 타입의 의사 선생님이었다.


"일단, 나팔관은 둘 다 괜찮은데, 자궁내막증이 조금 있네요. 난소 가까운 쪽이라 임신과는 큰 영향이 없을 수는 있지만, 자궁내막증이 있다는 것은 난임 사유가 될 수 있어요."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저 난임 휴직 같은 것 할 수 있나요...?"


"......."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남편의 경우도 자연임신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요. 두 분은 바로 시험관을 하셔야 돼."


가볍게 검사하러 왔다가 이게 웬 말씀.

시험관 시술도 부담스럽지만, 시험관 시술을 바로 했다가 아기가 바로 생기면 어떡해?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터무니없는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상 충분히 말씀대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저희가 일단은 검사를 해 보러 왔어요. 그리고 임신 시도를 거의 해 보질 않아서,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된 것 같아요. 몇 달이라도 시도를 해 보고..."

일단은 이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고 싶었다.


"시도를 했어도 똑같았을 거라니까요? 어차피 두 분은 임신 안 됐을 거라고요."

까랑까랑한 목소리. 난임 센터니까 임신 잘 안 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 건 아는데. 환자한테 이렇게 얘기하는 게 맞나? 화 까진 안 내셔도 되는데.

당혹스러운 마음을 갖고 아무튼 알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왔다. 생리 이틀 차에 방문했으면 당장이라도 시술이 시작되어 버릴 뻔했다. 모든 공정이 준비되어 있고, 원하면 언제라도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 나는 아직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갈 간절함이 부족한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아기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고. 시험관 시술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에 대해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보았기 때문에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자연적으로 아기가 찾아온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평소 생각해 왔기에.


하지만 나와 달리 그는 아기를 꼭 만나고 싶어 했다. 본인 생각에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본인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결정의 키는 나에게 넘겨주었기에 그렇게 고민만 하고 시간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밤, 큰 덩치의 남자가 옆 자리에서 등을 돌린 채 애처롭게 말했다.


"I want a baby..."


가여운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해졌다. 내 맘을 더 솔직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물쭈물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된대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평생 아이를 확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맞는가? 자연적인 방법을 고집하다 (또는 시간을 보내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상대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자연적인 노력은 날짜 맞춰서 딱딱 잘 챙길 자신이 있는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음)


평소 '한정판'이라면 없던 마음도 생겨나는 사람으로서, 부모가 될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아기가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일단 해 보기나 해 봐야 후회하지 않겠다 싶었다.


"00아, 우리 병원 가자!"


그렇게 우리는 시험관 시술을 결정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