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그냥 다른 나라 가는 것 어때?

대륙 여행, 생각과 공간의 범위가 팽창하는 경험

by 정그루

나는 반 외향, 반 내향. 하이브리드 외향인이다. 집에만 있거나 여행을 안 간다고 해서 답답하거나 슬프지 않고,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좋다'. 그래서 가까운 곳이라도 좋으니 매년 여행을 꼭 가기보다는, 돈을 모아 몇 년에 한 번 진짜 가고 싶은 곳을 2주 이상 다녀오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결혼 2년 차를 맞아 슬슬 후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니, 머릿속에는 우는 아기와 씨름하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후줄근한 내 모습이 재생되고, 최소 2년 이상은 내게 자유란 없을 거라는 생각이 확신처럼 내 머리를 헤집었다. 평소에도 '한정판'이라는 말에 유난히 약한 사람으로서, 이번 여름은 나에게 다시없을 '라스트 찬스'였다. 이번에 여행을 안 가면 정말 오랫동안 못 갈 거야. 난 여행을 가야만 해!


4주 조금 안 되는 이 긴 시간 동안(?) 동부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도깨비 언덕에 가지 못한다고 뿔이 난 채로 출발했는데, 막상 서부에서만 3000km 이상을 차 타면서 여행하고 나니 나의 협박과 회유와 변덕에도 굴하지 않고 서부만 여행지로 추진한 남편에게 고마웠다. 애초의 나의 계획대로 그에게 서부에서 단 3일 만의 시간만 주고 큰 대륙을 횡단하며 비행기와 차로 정신없이 여행을 다녔다면, 아마 지금쯤엔 각자 다른 주소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았을까.




열두 시간 로드트립을 하며 하늘까지 닿을 것만 같은 산 병풍을 만나고, 빙하 위를 걸으며 빙하 녹은 물을 맛보고, 말 그대로 파란색, 하늘색, 에메랄드색으로 눈이 시린 호수를 보고, 비버 꼬리와 엄마 버거, 갈비 스테이크, 치킨과 와플을 먹었고, 캐리어를 하나 추가해 가득 담아 돌아올 정도로 많은 물건들을 샀다.


어느 여행에서보다 더 많은 생각과 경험과 풍경과 추억을 남겨왔기에, 이제 글과 사진으로 그 추억을 더 진하게 써 보려고 한다.


* 어느 나라에 가도 당연히 나는 이방인이었는데, 이번엔 캐나다인 가족들과 함께여서 캐나다가 반쯤은 나를 환영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낯선 곳인데 이상하게 편안하고, 전혀 모르는 곳인데 이상하게 금세 친숙해졌다. 3주 동안만큼은, 나름 명예 캐나다인으로서 여행을 즐기고 왔다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브런치북 이름을 '3주 동안 캐나다인이 되었습니다'라고 지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