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버거 말고 얌프라이랑 양파튀김 주세요
- 안녕하세요, 정그루예요. 그러니까 제가 먹은 그 햄버거는요, 캐나다 가서 먹은 햄버거예요. A&W라고 아세요? 거기가 맛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들어서 제가 가 봤죠.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어요. 햄버거가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싶고, 또 요즘 맛있는 햄버거집도 워낙 많잖아요. 그리고…
아…
네.
잃어버린 그 햄버거 얘기로 돌아갈게요.
그 햄버거는 크기가 커서 한입에 쉽게 베어먹기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도 베이컨도 들어있지, 고기도 맛있지, 와. 한 입 딱 먹는데 맛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한 입 먹으면 쥬시하면서도 여러 가지 재료들이 신선하고 풍부한 느낌. 여기 와 볼 가치가 있었다, 맛있다고 자랑할 만하다, 싶었어요. 참,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튀긴 모짜렐라같은 게 들어가 있었던 느낌? 모짜렐라를 좋아하다 보니 그 맛도 잘 어우러져서 참 맛있었어요.
- 근데, 다시 가 보니 그 메뉴가 안 보이는 거예요. 아니, 메뉴 이름이 마마, 파파, 엉클, 틴버거 막 이러니까 내가 먹은 메뉴 찾기도 힘든 것 있죠.
그래도 모짜렐라 먹었던 게 기억에 남아서, 그래, 내가 모짜버거를 주문했었나 보다, 하고 모짜버거를 주문했어요. 근데, 애걔걔? 모짜렐라가 딸랑 한 장만 붙어 와서는, 고기도 충만하지 않은 느낌에, 좀 심심한 거 있죠. 당혹스러웠어요. 내가 뭘 잘못 생각한 걸까? 근데 가족 이름 중에 내가 뭐 시킨 건지는 통 기억이 안 나고, 다른 메뉴는 딱히 보이는 게 없고.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으면 간단했겠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때까지는 제가 끝까지 그 햄버거를 못 찾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거든요. 제가 원래 그래요. 지갑을 잃어버리면 아, 회사에 두고 왔구나, 하고, 회사에 가도 없으면 아, 집에 두고 왔구나, 이렇게 네다섯 번은 지나야 진짜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거든요. 그 후로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A&W가 보이면 또 먹었죠. 그 맛이 참 좋았으니까.
틴 버거였나, 하고 틴 버거도 주문하고, 마지막으로는 캐나다 떠나기 전 마지막 음식으로 공항에서 또 주문했어요. 아마도 모짜버거가 맞는데 지난번 모짜버거는 ‘그냥' 모짜버거라서 모짜렐라가 종잇장처럼 나온 거다, 더블은 시켜야 통모짜가 나오나 보다, 하고 더블모짜버거까지 먹었죠.
아, 정말. 그 맛이 아니었어요. 의문과 진한 아쉬움만 데리고 한국 가는 비행기에 탔어요. 남편한테 그동안 저 혼자 열심히 통 모짜렐라가 들어간 버거를 찾고 있었다 말했죠. 그랬더니 그건 마마버거라데요.
참 내. 진작 물어봤으면 마마버거를 네 번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엄청 아쉽더라고요.
- 아니, 제가 그래서 내가 먹은 게 마마버거다. 진짜 맛있다, 하고 소개글을 쓰려던 참이에요. 뭔가 불안한 거예요.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나 마마버거라는 이름도 어색한 게 입에 안 붙어. 안 주문해 본 것 같어. 그래서 인터넷에 마마버거를 검색해 봤죠.
근데, 글쎄 마마버거도 모짜렐라 튀김 같은 건 애초에 안 들어있는 비주얼인 거예요. 또 혼란이 왔죠…….답답해서 이제 귀찮지만 A&W 홈페이지까지 들어갔죠. 근데 그거 아세요?
홈페이지에도 모짜렐라 튀김 들어간 햄버거는 없었어요.
- 그럼요. 제가 마음만은 블로거고 유튜번데요. 여기 사진 있어요.
- 여기, 여기 위쪽에요……어……?
- ……(당황) 그렇네요?
- 인간이, 그렇지 않습니까. 자신의 기억을 미화하고, 추억하고, 확대하는 거죠. 모짜렐라 맛이 잘 나고, 쥬시하니까, 패티는 또 두 겹인데다 겉을 강하게 잘 익혀놨으니, 튀김이라고 착각했나 보네요. 패티 하나를 그냥 모짜렐라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근데 그 이후로는 그걸 마치 사실처럼 혼자 믿어버린 거지. 제가 먹은 건 근사한 통 모짜렐라 튀김이 들어간 버거였다. 통 모짜렐라 튀김을 먹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다음 나온 버거들이 시시해졌던 거지. 똑같은 버거를 먹으면서도 못 알아보고요. 이건 마치, 그러니까 원효대사 해골 물 같은 것 아닐까요? 이렇게 또 제가 교훈을 얻어 가요.
사람의 생각과 추억은 믿을 수가 없다, 아니죠, 때로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에 소중한 걸 놓친다?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 공항에서 먹었을 때는 맛있다곤 생각했지만 처음 먹은 맛처럼 좋진 않았거든요. 첫 번째 먹었을 때 너무 배가 고팠나? 하긴 햄버거를 네 번 먹었으니 네 번째 먹을 즘엔 질릴 만도 한가? (구시렁구시렁…)
- 흠흠, 네. 제가 비록 착각을 하긴 했습니다만, A&W에 대한 이미지는 참 좋았어요. 왜냐? (작게) 광고 아니에요. 흠흠.
일단 가게 곳곳에 재료 좋은 것 쓴다고 써 놔서 그렇기도 했고요, 여기가 또, 양파튀김 맛집이에요. 내가 양파튀…. 아, 어니언링을 한국에서는 안 먹는다고. 튀김옷이 두껍고 또 뭔가 퉁명스러워서 한입 물자마자 양파가 바로 튀김옷 벗어버리는 그런 양파튀김을 많이 겪어서요. 근데 여기 양파튀김은 좀 달라. 튀김옷이 참 얇으면서도 한입 베어 물 때 안쪽의 물기 많고 뜨끈하고 달큰한 양파랑 잘 어우러진단 말이에요. 나 너무 놀랐어. 사실 양파튀김 맛집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감자튀김이야 뭐 원래 맛있으니까 그렇다 치는데 얌 프라이가 되게 맛있다고요. 여기 가서 감자튀김 먹으면 안 돼. 아무튼 그 얌 프라이가 고구마튀김이라고 보면 되나 싶은데, 자체의 맛도 달큰하지, 감자튀김은 감자 튀기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먹을 때마다 찝찝한데 얌 프라이는 그런 말 없잖아, 마음도 당당하지, 이거 먹다가 감자튀김 먹으니, 뭔가 삼삼하더라고요. 얌 프라이 시키면 소스를 주는데, 뭐 무슨 맛인지 크게 느껴지진 않는 약간 매콤한 소스인데, 근데 또 누가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꼭 다 찍어 먹을 것 같은 느낌의 소스였어요. 느낌 알겠죠? …아, 마무리, 알겠어요.
참, 그리고 가면 루트비어라고 있거든요. 한국에선 잘 없는 음료수라 궁금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좋아하실 수도 있죠. 근데, 저라면 안 시킵니다. 꼭 드셔보시고 싶으시면, 활명수를 드세요. 활명수에다가 설탕을 들이부은 맛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열량도 엄청 높아요!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여러분 맛있는 음식을 드셨을 때는 꼭 사진으로 남겨두세요. 제가 사진이라도 안 찍어봤어 봐요. 지금까지도 이유 없는 고민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통모짜버거를 다시 먹어보지 못했다고 착각하면서 그리워했을 거잖아요.
아, 그리고 진짜 마지막. 지금 생각해 보니까, 가게마다 맛 차이가 좀 커서 내가 착각한 것 같아 아무래도, 아니 내가 양파튀김도 네 번 시켰는데 두 번째 갔던 데는 무슨 맘대로 양파튀김에 시즈닝을 잔뜩 입혔더라니까? 엄청나게 짜고 매워서 나 놀랐잖아. 아 그리고…
- 아, 네. 감사합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니까 부끄럽지만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