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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여름의 추억, 밴프 다운타운 자연 3선

밴프는 식전경 - 바우 강, 설퍼 산,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

by 정그루


밴쿠버에서 한껏 미적거리며 하루를 보내던 내가 밴프 여행을 와서는 제법 여행 일정을 잘 짰다. 모든 장소의 개장일과 예약 가능일에 맞춰서, 유사 경로끼리 묶어서 아름다운 일정을 어찌어찌 완성해 낸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진즉 했을 일이긴 하지만.

까딱하면 레이크 루이스와 모레인 호수를 못 보고 올 뻔했지만.


굳이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흠흠.

이 정도면 MBTI "P"치고는 모범사례 아닌가.





밴프에 도착해 다운타운을 한창 구경하고, 밥도 먹고 편하게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적당히 저녁을 먹고 쉴 수도 있었지만, 언제 또 밴프에 오겠냐는 생각에 쉬면서도 가고 싶은 곳들이 뭉게뭉게 떠오르곤 한다. 심지어 실현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곳은 아홉 시가 넘어도 해가 완벽히 지지 않는다. 계절도 위도도 내 편이다.

하하.


ㅁ 밴프에서 맛있는 스테이크 먹기
ㅁ 관광 더 하기


목표 설정 완료!


일단 스테이크 먼저 정해보자.


(폭 풍 검 색)


검색을 통해 가장 유명한 ‘척 스테이크’ 말고 ‘블루버드’에 가기로 결정했다(이유는 다음 포스팅에). 예약사이트에 들어가니 내가 미리 짠 것처럼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비록 꽤 늦은 저녁이 되겠지만. 그에게 의사를 묻고 예약 완료!



"예약 시간이 늦으니까, 조금 일찍 나가서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아."

조심스레 꺼내 본 진심. 머릿속은 벌써 레이크 루이스까지 다녀올 기세였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먼 데 가는 건 좀 힘들 것 같아. 밴프 주변 가자."

내일은 재스퍼 쪽에 갈 것이고, 모레는 캔모아 쪽에 갈 것이므로 밴프 다운타운 주변 구경을 마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시간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딱이고.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나이스.


“그래. 조금 일찍 출발해서 근처 강이랑…, 정원 한 번 보자. 걸어가면 되겠지?”


“그래. 아까 걸었더니 좀 힘드네. 차 타고 나가자.”


사실 조금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밴프 다운타운 인근 여행을 시작했다.



바우 폭포 뷰포인트

Bow Falls Viewpoint



필드라는 지역에는 에메랄드 레이크가 있고, 레이크 루이스라는 지역에는 레이크 루이스가 있다. 그리고 밴프에는 바우 강이 있다. 이 강을 직접 건너는 보행자 다리도 건너볼 수 있었고 래프팅도 할 수 있고 유람선도 탈 수 있는데, 여행 일정상 이 강은 짧게 뷰포인트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지나고 나니 조금 아쉽다. 밴프 다운타운에서 하루를 오롯이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트래킹 못한 건 하나도 안 아쉽고.)



오후 여섯 시도 넘은 시간. 비록 아직 날은 밝지만 해가 쨍쨍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강물이 햇빛을 반사하며 영롱하게 빛나진 않았지만(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이 강의 물빛도 매우 아름다웠다), 시원하고 예쁜 색깔의 강이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시원함과 해방감을 주었다. 왼쪽을 보면 작은 폭포가 세차게 흐르고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아도 거칠고 세찬 그 모습에 속이 또 한 번 시원해졌다.



빠르게 흘러가는 동시에 얼핏 보면 의연한 바우 강을 배경으로 우리 둘은 서로의 뒷모습을 찍어주었다. 그는 이곳에서의 뒷모습 사진을 프로필사진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굉장히 외로운 싱글 같아 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맘에 들진 않는다.) 마음 같아선 멍하니 오래도록 강물을 보고 시원한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가고 싶은 장소가 더 있었으므로 아쉬운 마음과 함께 발을 떼었다.




서프라이즈 코너 뷰포인트

Surprise Corner Viewpoint



여행 전 블로그로 이 뷰포인트를 보며 일부 사람들만 아는 특별한 장소라고 착각했다. 막상 와 보니 주차장이 차로 가득했다. 주차장에서 애매하게 대기하다 떠나는 차가 있어 간신히 주차를 했다. 밴프에 있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페어몬트)’ 건물과 밴프의 대표적인 산인 '설퍼산(Sulphur Mountain)'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뷰포인트.



계절이 여름이어서 눈 덮인 산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아름답긴 하지만 마음을 빼앗겨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일출이나 일몰 시간에 오면 더 예쁘다고 하던데, 해가 한풀 꺾인 시간에 가서 그랬을지도, 낭만적인 눈이 덮여있는 계절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눈에 본 호텔은 참 아름다웠다. 동부 퀘벡에 가면 이런 건물이 왠지 많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왼쪽을 보니, 밴프 곤돌라도 보이고, 그 아래쪽의 온천도 작게 보였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곤돌라에 갔다가 온천 개장시간에 맞춰서 온천에 가자고 다짐했다. 떠나자는 눈짓이 동시에 허공에서 만나며, 아쉬움 없이 다음 장소로 빠르게 이동했다.




캐스케이드 오브 타임 가든

Cascade of Time Garden



앞서 두 군데는 밴프 다운타운에서 5~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이제 다시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알고 보니 그 건물이 공무원들의 건물(연방정부 사무소)이라던데.


나도 이런 데서 일하는 공무원이고 싶었다.



시간이 좀 늦어서인지 운이 좋았던 건지 건물 주변 주차장을 발견하여 주차를 하고 정원에 들어갔다. 바로 이전의 두 번의 여행이 모두 겨울여행이었어서 황량한 정원을 보기 일쑤였는데, 8월의 정원은 그야말로 꽃들의 향연이었다.



계단 형태의 작은 공간에 꽃이 있어 금세 보고 이동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길진 않아도 제법 산책할 만 한 길이 나 있었다. 중간중간 멈춰서 꽃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의자에 앉고 하다 보니 30분 정도가 지났던 것 같다. 생각보다 구경할 곳이 많았다.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약간 저녁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그런지 적당히 붐벼 좋았다. 꽃을 배경으로 내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하다 쑥스러워 이내 그만두었다.



작은 물줄기도 아름다운 풍경도 놓치지 않고 사진과 영상으로 열심히 담았다. 휴대폰 메모리는 배가 불러 가고 우리 배는 점점 더 쪼그라들었다.


드디어 식당으로 갈 시간이 됐다. 건물 뒤쪽에는 작은 잔디밭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젊은 청년들이 서로 무언가를 던지며 놀고 있었다.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롭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 참 좋았겠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마음도 의외로 즐겁고 충만했다.


그리고 이 날, 우리는 인생 스테이크 가게를 만났다.


ㅁ 밴프에서 맛있는 스테이크 먹기
V 관광 더 하기 - 바우 폭포, 밴프 스프링스 호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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