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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r 01. 2023

저는 말이 많이 짧습니다

모든 순간에 항상 모든 말을 다 할 필요는 없다



저는 말이 많이 짧습니다. 구구절절 이런저런 설명도 잘하지 않지만 애초에 말 자체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듣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세상을 살기엔 - 특히 조직생활에서는 자주 불편해지거나 난처한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고 말 표현이 최소화된 특성이 있다 보니 말이 가져올 오해나 불필요한 파장이 우려될 경우 오히려 침묵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내향성도 유독 강하지만 무엇보다 소모적인 대화나 휘발성으로 소모되는 의견을 내기 싫어합니다. 생산적이거나 유익하거나 이익이 되거나 즐거움이 있거나 감정해소가 되거나... 적어도 긍정적인 기대가 되지 않으면 더더욱 말은 짧아집니다.






침묵이 금이란 말은 진실인가?




말보다 침묵이 가끔은 더 크고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침묵에 대한 오해는 늘 부정적일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은 진실인가?

침묵의 가치는 하찮은가?

소통의 이유를 불문하고, 침묵은 항상 오해를 불러오는가?

침묵은 소통을 방해하나?


계속 이런 종류의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야 하는 피로함이 있습니다. 처음 만남에서는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을 최대한 ‘까발려야’만 서로 간의 친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 충실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 조직 내에서 관계의 시작은 처음부터 쉽지 않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의 시시콜콜함을 소상히 알고 있어야만 동료애를 느낄 수 있고 조직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가? 의문이 듭니다. 개인사를 나누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는가? 그들은 왜 이토록 다른 사람의 개인사에 집착하는가? 진정한 관심인가? 업무처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개인사를 가십거리로 함부로 소비하거나 공유하지 않은 채 묵묵히 지켜줄 자신은 있는가? 끊임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친목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업무보다 더 심각한 피로감에 지칩니다.






말을 할까요? 하지 말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생활을 ‘잘’ 하기에 저는 말이 너무나도 짧습니다. 최소한의 말만 함으로써 말하지 않는 시간의 누적이 온갖 오해와 편견의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일을 하는 과정은 오히려 문제가 없지만 일상적인 침묵은 자신들과 다른 것이 되고 때론 건방짐이 됩니다. 이런 인식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내놓는 의견은 또 다른 잘난 척이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함이 반복됩니다. 어느 방식이던 자신들과  ‘다른 류’에 대해서는 수용의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을 낱낱이 까발리고 허허실실 웃으며 같이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행위 자체로 인해 그들은 ‘같지 않음’을 차단합니다.




모든 사람이 외향적이지도 그 유형도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누군 좋아서 그러는 줄 아냐? 조직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 고 반문하겠지만 저로서는 ’다 그렇지 않다.‘ 가 제 답입니다.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닌 '그냥 다름'이 있을 뿐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 아웃사이더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전 제가 고유한 제 모습을 놓지 않고 지나온 과정 - 고집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다양성의 범주는 그 의미만큼 다양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의미만큼의 다양성만 인정될 뿐, 그 외는 모두 이상하고 황당한,... 그런 부정적인 의미일 뿐입니다.




말이 자신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말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묵묵함 그 자체가 더 확실한 지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말은 앞으로도 계속 짧을 것이고, 새삼 세상의 편견에 반응하며 따라갈 의사는 지금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왔듯, 그렇게 지낼 예정입니다.





생존의 서로 다른 방식이 존재하듯 말의 길이도 그 사람의 특징이고 그 사람만의 고유한 표현 방식일 뿐입니다. 항상 모든 순간에 모든 말을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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