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할 때 설레던 기분을 떠올리며
가끔 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몇몇 단어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물'입니다. ‘선물’ 무척 설레고 기분 좋은 말입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선물 모두 어떤 기대와 관계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선물은 누군가의 기념일을 위해 혹은 문득 떠오르는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선물이란 말은 그 자체가 그 어떤 모양을 하더라도 항상 설렘과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선물엔 그래도 낭만이 조금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최근에 언제 선물을 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가족의 생일을 기념하거나 그 외의 공식적인 기념일에만 주로 선물을 했던 듯합니다. 생각보다 삭막하고 여유가 없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꼭 물건이 아니어도 말 한마디 선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겨를 없이 지난 시간들이 그마저 잊고 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다시 약간의 낭만적인 마음으로 선물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물할 상대를 잘 알지 못하면 피상적이고 누구에게나 무난한 그런 ’ 물건‘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친밀도만큼 그 사람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선물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쓰고 요리조리 어떤 것이 더 나을지 고민도 하며 꽤 공을 들이게 됩니다. 예전에는 선물을 주는 사람은, 상대방을 잘 살펴서 무엇이 필요할지 어느 타이밍에 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좋을지 꾸준히 그 사람을 지켜보고,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준비를 했었다면, 요즘은 직접적으로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봐~ ' 물어봅니다. 대부분 선물을 대놓고(?)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서 그런가요?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선물도 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건네주는 방식도 절차나 시간이 절약되었듯 주로 주고받는 선물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흔히 카카오선물로 요즘은 많이 주고받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실물 상품권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좀 엉뚱하고 웃으며 받을 수 있던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물건'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하며 마련한 '선물'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낭만적인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하루하루가 선물 같은 날들이 되기를
예전에 친구가 준 선물은 나름의 고민 끝에 준 귀한 책이었지만 이미 갖고 있던 것을 또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LP플레이어가 없었을 때 LP판을 받고 거의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지금처럼 자신이 갖고 있던 물건과 겹치거나 필요하지 않은 경우, 중고 거래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합리적인 것이겠지만 준 사람은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마음일까 싶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미리 필요한 것을 미리 물어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필요한 물건이 시간도 상관없이 새벽부터 오겠다고 하는 세상이고 따끈한 음식을 문 앞에 곱게 가져다주는 세상이니... 예전처럼 선물을 고르고 직접 건네 주기까지의 그 설렘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또래들은 여전히 예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후대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그렇게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물을 주는 방식이나 내용이 아니라 선물을 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짧게는 며칠간 혹은 꽤 오랜 기간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나름의 기분 좋은 날들을 만들어가는 순간이 될 테고 그 과정이 진짜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들이 많이 만들어질 기회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그날들이 풍성한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삶도 선물 같은 나날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새봄 모든 것이 생기를 얻는 시절, 스스로에 대한 선물로 우리 모두의 마음도 매일매일이 새롭게 선물 같은 나날들로 하루하루가 충분히 채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