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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r 20. 2023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그나마 지금의 우리가 사람처럼 살 수 있기까지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지금은 주 5일제가 보편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린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업종에서는 아직도 긴 근무 시간으로 휴식 시간이 사람이 아닌 회사의 스케줄에 따라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3년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될 때 한국 사회 현실에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주 6일 기본 근무 외 야간과 철야까지 당연시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마치 근무 시간이 감축되면 기업은 망할 것처럼 생산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직 사회와 대기업부터 서서히 시행이 되어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모든 업종이 5일제를 잘 시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주 5일제의 정착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택근무와 주 4일제 여부를 고민하던 시점에서 거꾸로 다시 주 69시간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노동 유연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휴가가 가능한가요?




맥락 없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뒤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놓인 것입니다. 주 6일과 야근, 간혹 주 7일도 근무해야 했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우린 곧 또 과로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회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고요? 휴식이요? 병원 입원요? 골병이 들고 계속 일하는 시간에 아무 생각도 아무런 계획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왜 가볍게 여겨질까요? 실제로 직원들 중, 길게 일하는 건 좀 불만이지만 긴 기간으로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는 건 좋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그 직원은 저처럼 장기간 휴일도 없이 근무를 해 보지 않은 세대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장시간 일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지금도 휴가를 장기간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게 현실인데 그렇게 장기 휴가 사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대부분 저당 잡히고 살아야 하는데도 그리 현실적으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그런 걸까요?




주 52시간이 도입된 이후에도 우린 현재 여전히 OECD 평균보다 연 200~300시간이나 더 많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면서, 지나치게 너무 많이 일해서 과로로 죽는 게 현실입니다.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지금도 노동의 고단함으로 혹은 노동하면서 상처 난 몸과 정신으로 긴 세월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람을 쥐어짜면 기업도 같이 죽습니다.

 


예전에,  주 5일제를 시행하기 전 사전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가장 1순위로 '잠을 자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과하게 일을 하느라 쉬지 못해서 잠자는 것(휴식) 이 우선이었고, 그러고 나서 가족과 함께 나들이라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돈이 없어 꿈만 꾸던 시절이었습니다. 2002년에, 불과 20년 전의 우리 모습은 그러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지 않았던 세대는 감히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삶의 질을 따져야 할 시기, 생존만을 신경 써야 하는 현실에 놓였습니다. 더더구나 젊은 세대는 모두 떠나고 싶어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기업은 물건을 만들어 팔고 그 이익으로 생존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로 돈을 받아 생활하며 소비합니다. 기업과 노동자의 삶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지만 노동에 대한 우리 인식이 비루하다 보니 노동은 여전히 하찮게 여겨지고 무조건 이익만을 내려는 잘못된 기업의 생존 방식이 자꾸 노동을 쥐어짭니다. 노동은 곧 사람입니다. 사람을 쥐어짜면 사람은 죽습니다. 곧 기업도 죽습니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인식은 많이 부족한 듯합니다. 모든 회사가 비용 절감의 첫 번째 방안이 인력 감축인 걸 보면, 그 인식의 변화가 현실에 적용되기엔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평화시장의 불빛을 바라보며, 2023년에 이런 고민을 마주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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