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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r 27. 2023

사과와 변명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과를 하고 싶은데, 사과를 하는데... 자꾸 변명이 되어 버린다


모든 관계가 무난하면 좋지만 살다 보면 그런 무난한 날보다 티격태격하며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는 날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도 함께하며 관계 유지를 위해 문제 해결을 시도합니다. 그 시작은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오해가 되었던 잘못이 되었던 잘잘못을 따지게 되면 누군가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기 까지가 참 쉽지 않습니다. 더더구나 사과를 하고 난 이후에도 상대방과의 관계가 다시 전 같지 않다면 또 다른 고민에 빠집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가?



잘못을 한 사람은 대개(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이 너무 명확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 자체가 쑥스러워서, 혹은 자신이 약해 보일까 봐 등등의 갖은 이유로 뭉뚱그려서 ’ 미안하다 ‘로 끝내거나 그조차 하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이 되고 보면 과연 상대방이 자신의 어떤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걸까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고 싶지만 때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사과가 없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척 무시하고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사과의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한 마디에 너무 많은 것이 녹아있고 너무 많은 것이 간단하게 잘못을 대체하기 바랍니다.



한편,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사과의 방법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하게 어떤 것이 잘못됐고 당시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과 말을 했었는지 같이 설명할 수 있다면 듣는 사람도 자신이 오해한 부분이나 서운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모호하게 남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오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매번 고민되고 참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르니까요. 이해와 오해의 과정을 벗겨내면서 사과와 변명의 경계에서 우린 계속 헤매고 늘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사과를 잘하고 싶은데,




시리즈물 <THE RANCH>에서 아버지 보(샘 앨리엇)가 아들 콜트(애쉬튼 커쳐)와 자주 다투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다투고 난 이후 오래지 않아 매번 서로 사과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서로 감정이 폭발할 땐, 너무 심하게 화를 내는 거 아닌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하다가도 나중에 서로 아무렇지 않게 일상 대화처럼 사과하는 장면에서는 무척 부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관심도 없던 분야에서 일하며 조금씩 욕심을 부리던 아들이 매번 기회 앞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무모하게 덤비다가 좌절을 반복할 때 그것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아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도 아버지가 믿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곤 합니다. 우리들도 늘 겪는 일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서로 잘해보려는 생각이란 것도 알고, 실패를 줄여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충고라는 것도 서로 알지만 표현 방식이 다르거나 생각의 집중 시기가 달라 충돌이 생깁니다. 화를 냈던 것에 대해 인정하며  '미안하다'는 한 마디와 함께,


너만 그러는 게 아니라 원래 다 그런 거야


아들의 무너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에겐 큰 위안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진심을 담은 위로가 모든 오해와 불평을 씻어냅니다. 마음속에 더 이상 찌꺼기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린 서로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잦은 다툼도, 불평불만도 생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아이들조차도 부모에게 혹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잘 지내고 싶어서 '최선을 다하느라' 사고를 치기도 하니까요. 그런 마음을 알고 나면 상대방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을 이유도 사라집니다. 사과 한마디만으로도 그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도 어렵긴 하지만,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땐 가급적 변명이 되지 않도록 애씁니다. 내가 부족했으면 부족했던 그것대로, 예측 못한 상황이 그렇게 되어 버렸으면 그것대로 '인정'하고 사과하려 합니다. 어설픈 말과 표현들로 하는 변명은 마치 작은 하나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인정'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사과라야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동시에 더 깊은 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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