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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Feb 27. 2023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혼동하다

필요한 것을 넘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중에서 카렌과 데니스의 대화 장면을 보며 꽤 인상적인 주제를 접하게 됩니다. 사랑 없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남편과 정략결혼을 했던 카렌이 데니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과 결혼해 옆에 있어줄 것을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을 떠돌며 사냥을 하고 가끔씩 카렌에게 들르는 데니스는 천성적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아프리카에서 정착하며 지내고 싶은 카렌은 데니스에게 제도적인 결혼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합니다. 그때 데니스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혼동하고 있다는 말, 카렌은 사랑을 원했고 자기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 혼돈을 살다



우리는 자주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혼동하며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지나고 보니, 저는 그래왔습니다. 당장의 필요한 것이 원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었고,  뭔가 이루기 위한 꿈과는 별개로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한 밥벌이가 가장 필요한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깨닫게 됩니다. 내게 필요한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꿈은 아예 먼 곳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고 내가 원하는 것은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은 멀어져 갔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느라 소모하고 뚫린 구멍을 채워줄 것이 필요했습니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개인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 막막했던 시간이 벌써 1년이나 흐른 것입니다. 여러 장르의 영화를 보며 간접적인 인생을 체험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배웁니다. 잃어버렸던 마음과 감정들, 잊고 지냈던 생각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글을 씁니다. 그러다 브런치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현재 내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정한 약속대로 1주일에 2개의 카테고리별로 글을 쓰고 올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1년간 루틴이 만들어졌고 브런치를 시작하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늘려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며 하나씩 스스로 안에 있던 자신을 돌아보고 꺼내봅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생각의 속근육이 많이 헐거워지고  약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구력도 순발력도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순간들을 놓친 대가를 이렇게 아프게 확인합니다.





인생의 FAQ에 대한 답은 지금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오래 산 사람이나 아직 어린 사람이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누군가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그 사람의 경험일 뿐 내 인생의 정답은 아닙니다. 책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과 환경을 우리가 간접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일 것 같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지난 역사와 책에서 배워 잘못을 피해 가고 가야 할 길을 찾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질문을 따라가더라도 그 안에서  '나'에 대해 꼭 맞는 해답을 구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단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해 부끄러웠던 지나간 자신의 모습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뿐입니다.

  


결국 글의 궁극적인 지점에 도달하면,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정을 많이 드러내거나 자주 표현하는 편이 아니기에 순간순간 스스로도 어떤 감정인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해 왔지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바쁘게 지내고 그때그때 하나씩 상황이 정리되면 그 시간은 지나간 시간이므로 미련을 두지 않는 편이라 감정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감정을 표현하거나 세심하게 느낀 것들을 전달하는 것까지는 자주 하지 않았던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지난 인연들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그렇게 지난 감정들이 얼마나 나를 만드는데 큰 밑바탕이 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슬프고 기쁘고 절망하고 행복해하고 안타까워했었던... 이 모든 것 안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꺼내 보는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입니다. 더없이 소중하고 더없이 필요한 순간들입니다. 내가 나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테지만 저는 글을 쓰는 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과정을 오롯이 견디고 찾아간다면 적어도 원하는 대로 내가 누구인가, 나 자신을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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