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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Apr 26. 2023

레인메이커 The Rainmaker

변호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주 넘게 될 때  선은 영영 사라지고,


모두에게 공평하자고 만든 법, 그러나 실제로 적용되는 법이 인간들에 의해 어떻게 다뤄지면서 왜곡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 <레인메이커>입니다. 존 그리샴 소설을 영화화한 <레인메이커>는 법대를 갓 졸업하고 아직 변호사 자격증조차 갖추지 못한 루디 베일러(멧 데이먼)가 변호사로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난 바보 앞에서 선서를 하고 악당에게 보증을 받았다

 
 
어렵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루디는 법대를 들어갔지만 재력 있고 집안 배경이 든든한 다른 동료들과 달리 변호사로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사장의 추천으로 겨우 일을 시작하지만 그곳은 하필 변호사 자격증을 이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악당 변호사로 악명 높은 부루저 스톤의 법률사무소였습니다. 일단 시작해야 하는 변호사 루디는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변호사처럼 움직이지만 6번이나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고 사건 수임을 위해 영업을 하던 덱(대니 드비토)이 루디의 유일한 파트너입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그들이 찾아낸 영업 방식(?)은 구급차를 따라다니거나 경찰의 보고서를 기웃거리며 먹잇감을 찾아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루디가 만나는 의뢰인(찾아 나선 의뢰인이 더 적절하다)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보험사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 사망 전 자신의 전 재산 정리를 위해 유언장을 작성하고 싶어 하는 할머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하는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입니다. 이제 막 시험을 통과하고 패기에 찬 어린 변호사 루디가 해결해야 할 사건들입니다. 비록 소년은 악질적인 보험사의 횡포로 죽음을 맞았지만 루디는 앞으로도 또 있을지 모르는 보험사의 보험지급 거절에 의한 죽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미래를 보장해 줄 것처럼 돈을 걷어가던 보험사가 막상 보험 지급을 해야 할 때가 되면 부정 수급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급 거절을 회사의 방침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보험 회사 그레잇 베니핏을 상대로 승률 측정조차 할 수 없는 전쟁(재판)에서 루디는 불법의 고리들을 하나씩 밝혀갑니다. 그레잇 베니핏의 노련한 중견 변호사 레오 드루먼드(존 보이트)는  '언제 처음 영혼을 팔아먹었는지 기억은 하느냐?' 던 루디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합니다.    





난 여전히 법을 사랑한다


  

루디가 맡은 첫 사건, 그레이트 베너핏을 상대로 한 재판은 승리로 끝납니다. 하지만, 부당한 사망 사건 재판을 이긴 루디는 유명세를 타며 레인 메이커로서 이후에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법을 사랑하기에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백혈병으로 매 순간이 위태로운 소년과 죽기 전 유서 작성을 해 두고 싶은 할머니, 남편의 사랑을 가장한 집착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여자까지 - 루디가 맡았던 사건의 의뢰인들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법적으로 자기 방어조차 꿈꾸지 못합니다. 물론 보험사나 기업, 은행등 자기 방어가 충분함에도 법을 이용해 단 한 푼의 손해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뻔뻔한 의뢰인도 늘 존재합니다. 물론, 루디의 말처럼 범죄자조차도 자기를 변호해 보호받을 권리는 있습니다. 범죄가 상대적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과연 법의 테두리에서 누가 어디까지 보호받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걸까요? 법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사람에 의한 잘못된 판단으로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고, 사망 선고로 생을 몽땅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그 잘못은 또 누가 책임일 수 있을까요? 법의 쓰임과 규정, 잣대를 적용하는 방식들에 여전히 많은 의문이 듭니다.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첫 사건에서 통쾌하게 승리를 했지만 변호사로서 성공하는 것과 그러면서도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루디의 모습이 신선합니다. 돈과 힘에 의한 뻔한 재판 거래와 담합 그리고 속임수들, 그 속에서 진정한 법률가는 어떠해야 하는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전히 법을 사랑하기에, 변호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주 넘게 될 때 만나게 될 자신의 모습에 대해 경계하는 루디의 말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모든 변호사는 사건마다 적어도 한 번쯤은 뜻하지 않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자주 넘게 되면 선은 영영 사라지고 또 하나의 변호사 농담거리가 될 뿐이다.

구정물 속 상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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