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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y 19. 2023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


생쥐 두 마리가 크림통에 빠졌습니다. 한 마리는 삶을 포기하고 익사했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쥐가 크림통 속에서 발버둥치자 크림은 단단한 버터로 바뀌었고 그 덕에 쥐는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제 경우는 두 번째 생쥐와 같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은 수표 위조범으로 미 전역에서 활동하던 사기꾼 소년에서 기업의 보안 컨설턴트가 된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Frank William Abagnale Jr.)의 동명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수시로 직업과 거처를 바꾸고 사기 행각을 벌이며 도망 다니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잡으려는 FBI요원 칼 핸레티(톰 행크스)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참 잘 속아

 
 
10대 소년 프랭크는 로터리 클럽 회원이 되면서 <두 마리 생쥐>에 관해 연설하던 아버지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아마도 프랭크는 자기 인생의 지표를 그때 정한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시작된 어느 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면 다른 거짓말이 반복되고 삶은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학교를 옮기면서 우연히 대리교사 행세를 한 후, 돈에 쪼들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이 함께할 수 없게 된 프랭크는 점차 과감한 거짓말들을 실행합니다. 생일날 받은 25달러가 든 계좌와 수표책만 들고 집을 뛰쳐나온 프랭크는 파일럿 행세를 하며 모든 항공 노선을 무임승차하고 위조수표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에서 까지 수표를 위조하며 점점 과감해집니다. 기자를 사칭해 항공사를 찾거나 고객을 가장해 은행을 찾아서 - 자신의 거짓말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아내는데 꼼꼼함과 열성을 보이며 가짜 학위로 가짜의사 노릇까지, 가히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칼이 집요하게 프랭크의 뒤를 쫓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잡힐 듯 말듯한 칼과 프랭크의 숨바꼭질 장면들, 도망과 추적의 게임은 반전이 계속됩니다. 영화의 음악과 장면은 비교적 경쾌하지만 사실 내용은 좀 짠한 느낌입니다. 첫 비행기 탑승에서 무의식적으로 우유를 찾거나 거짓으로 의사가 되기 위해 혹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TV로 그들의 생활과 용어를 간접 학습하는 프랭크의 모습들은 어린아이의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날, 칼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곤 하는 프랭크의 모습들이 무척 쓸쓸해 보입니다.
 

 
 


어떤 때는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것이 쉬워

 
 
결혼과 함께 범죄에서 손을 떼고 싶었지만 프랭크는 아버지로부터 "너는 그만둘 수 없어"라는 냉담한 대답을 듣습니다. 아버지는 우편배달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이혼 후 아버지의 친구와 재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 도망자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프랭크의 감정은 자주 드러납니다. 칼에게 자신의 호텔 방 번호를 알려주거나 아버지에게 "그럼 저더러 그만두라고 하세요."라고 요구하거나 브렌다의 아버지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진실을 털어놓는 모습은, 안타까운 장면들이지만 아무도 진심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가출한 미성년의 심각한 범죄, 그 안에서 느끼는 프랭크의 외로운 마음은 브렌다의 집을 방문한 날 두드러집니다. 화목한 브렌다의 부모님과 그들의 가정을 바라보며 그 속에 있지 못하는 자신의 어정쩡함과 부러워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많은 돈을 벌고, 아버지에게 차 선물도 하고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매번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합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던 프랭크는 점점 지쳐 체포와 탈출을 반복하다 결국 순순히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릴 때부터 사기꾼 아버지를 보며 자라고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프랭크의 삶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매번 도망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프랭크가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들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놀라울 뿐입니다.



칼은 프랭크가 수표 감별 일을 하고 보안 컨설턴트로 활동하도록 돕습니다. 이후 프랭크가 고안한 수표 위조방지 시스템은 금융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기업에서 거액의 로열티를 받으며 자신을 체포한 칼과도 계속 친구로 지냈다는 걸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케일과 촘촘한 스토리의 반전들은 마지막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영화도 모두 사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한 사람의 성장과 삶에서 신뢰를 갖고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든든한 일인지 새삼 느낍니다.




늘 쫓기던 아이에게, 

"잘 봐 프랭크, 이제 아무도 널 쫓아오지 않아"

이 말이 주는 안도감을 어찌 다 말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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