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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n 16. 2023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동굴의 경계에서 동굴 안의 어둠을 볼까, 밖의 빛을 바라볼까



아무리 오랜 세월을 열심히 살아도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간접 경험들을 제외하면 고작 스스로 경험해 본 것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전부일 경우가 많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경험하지 않아 모르는 세상은 헤아릴 수 없는 크기로 남아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것도 스스로 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사람이 극단적인 생존의 상황에 놓일 때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 그것은 어떤 의미일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었어




극단적인 일례이겠지만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잘 나가다가 쫄딱 망해서 막일을 하는 사람들,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로또로 돈이 갑자기 많아지면 흥청망청 쓸까? 잠시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행복도 잠시일 뿐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됩니다. 자신의 경제 규모 안에서 쓰고 나면 쓸 일이 없을까? 나머지로는 뭘 할까? 하지만 사람들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 헛된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다 실패하곤 합니다. 당첨 금액이 클수록 대체로 로또 당첨자의 말로가 행복하기 더 어렵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서 인생이 극단적인 바닥의 상황에 놓이게 돼서 허드렛일을 해야 근근이 살 수 있다면 난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매일 화를 낼까? 세상과 남 탓을 하며 세월을 보낼까? 아니면 용기를 내서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라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던 우린 모두 최선을 다할 것 같습니다. 당시의 판단이나 선택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그땐 알 수 없겠지만, 일단은 '생존'을 위해, 그 당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내가 한 선택은 지나고 돌아보면 늘 최선이 되어있을 겁니다.



한 기업체의 임원으로 사회적 지위도 탄탄해 남부러울 것 없던 삶을 살던 사람이 잠깐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리고 벼락 거지가 되는 순간이 발생합니다. 매일 먹던 기름진 음식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비참한 마음이 앞서겠지만 목숨이 붙어 살아 있는 한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합니다. 막노동일이던 날품팔이 청소던 해야 살 수 있습니다. 기막힌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게 될 겁니다. 로또라는 인생의 신기루를 맞는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평생을 꿈꿔오다가 정말 현실이 됐을 때 수많은 선택지가 있어 보이지만 실은 수많은 선택 중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딱 하나만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동굴의 입구에서 혹은 출구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마음이야



결국 우린 동굴 앞에 서게 됩니다. 우리 삶의 매 순간은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길을 걷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돌멩이에 걸려 크게 넘어지기도 하고 휴식을 위해 산에 올랐다가 뜬금없는 산불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팔다리가 부러져도 목숨엔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겉으로는 아무 곳도 다치지 않았지만 가스에, 화염 속에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인생에서 큰 사건 사고를 당해본 사람들은 남은 삶을 '덤'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죽을 수도 있었던 시간을 지나온 감사함과 새로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절실함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만일, 동굴 경계선에 선다면 동굴 밖의 무수한 빛이 쏟아지는 곳을 바라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동굴 안의 깊은 어둠을 응시하시겠습니까? 동굴의 경계가 누군가에겐 입구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깊은 어둠을 향해 들어가기 위해서 함부로 쉬운 선택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어둠 속을 힘겹게 지나온 후 미세하더라도 멀리 보이는 한 줄기 빛이 있다면 캄캄함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어둠 속 한 점 가느다란 빛은 더욱 선명해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극한의 불행한 상황이나 극단의 힘든 고비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새로운 희망과 연결된 끈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만 한다면 동굴의 경계에 선다 한들, 또 그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해 서 있던, 그것이 어떤 의미이든 무슨 상관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방향일 뿐이니까요. 다만, 마음이 천국일 때와 마음이 지옥일 때를 잘 구분해서 찬찬히 나아가면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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