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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Aug 30. 2023

03. 안 해본 짓 시도하기

#1-3.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어찌어찌 트랙에 서고 조금씩 나아갑니다. 이 긴 트랙(이름 자체가 국제스케이트장)을 최소한의 시간으로 돌아 메달을 딴 선수와 이 긴 트랙을 거의 수십 번 가까이 돌고 메달을 딴 선수들 모두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여름 하절기 빙상장의 임시 휴장으로, 다른 빙상장을 떠돌던 유목 생활도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유독 자세가 잡히지 않아서 하지 못한 것들, 찍기와 코너링이었습니다. 서면 뭐라도 하겠지 싶다가 하나가 해결되니 밀기라도 하면 좀 낫겠지라고 기대를 해 봅니다. 그러다, 서로 밀고 나가기도 바쁜데 다른 자세 하나를 더한다는 것은 이제 겨우 익힌 자세 그마저 흐트러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가지씩 자세가 추가될수록 다시 우왕좌왕합니다. 이건 그전에 배운 자세가 몸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더함이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내 것이 아직 되지도 못했는데 다른 것을 또 더한다는 것은 사실 욕심일지 모릅니다. 진도에 따라, 순서에 따라 나아가지만 충분히 연습하지 못하고 몸이 충분히 익히지도 못한 상태인데 다른 것을 더하는 건 무리한 일입니다. 일단, 무한 연습으로 자세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조금씩 더해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모든 스포츠의 정석은 '힘 빼기' 라지만 그 힘을 제대로 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이전에 힘을 빼는 방법을 알기 위해 힘을 주는 시간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들,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듯합니다. 몸으로 표현하는 스포츠들이 겉모습과는 다르게 보이지 않는 단련된 생각들과 마인드 컨트롤. 그 수많은 것들이 응집돼서 밖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아마추어와 프로가 구분됩니다. 그렇습니다. 전 그저 건강 유지어터로 ‘운동선수가 아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 편히 먹기로 했습니다.







좋아한다고 모든 것에 프로페셔널할 필요는 없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전 스케이트 국가대표 이상화 선수가 피겨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야무지게 '트리플 액셀'을 꿈꾸며 도전! 당연히 스케이트를 독보적으로 잘 타던 사람이니 피겨도 잘 탈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 익숙한 빙상장에 피겨를 신고 들어선 이상화는 마치 얼음을 처음 밟아보는 초보자의 표정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지만, "이거 앞으로 어떻게 가?"라고 물어보는데서 진심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색하고 방법이 달라 초보자처럼 넘어지고 기우뚱하길 반복합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데 꿋꿋이 버티며 결국 코너링까지 비슷하게 해냅니다. 반대로 피겨 선수들도 스피드스케이트화를 신고 빙상에 섭니다. 신기하게도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날이 달라 중심이 흔들리고 넘어지고를 반복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적응합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것들을 모두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기와 취미, 자신의 직업까지 모두 만능이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멉니다. 해보고 싶어서 배우는 취미가 막상 해보니 안 맞거나 지루하거나 하면 금방 포기를 합니다. 적성인 줄 알았던 직업도 다른 선택지를 보지 못한 채 선택을 해서 다른 가능성을 전혀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동도 역시 몸이 갖고 있는 능력을 모르다가 실제 경험해 보고 내가 이걸 한다고? 놀라는 때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하나씩 분야를 늘려가며 종류도 늘려갈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잘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중 나랑 잘 맞고 좋아서 계속하게 되면 그건 평균 이상 잘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그냥 맛보기만 하고 말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도 있었지, 좋은 경험이었다 하는 정도로 말이죠. 처음에 잘 배우면 대부분은 흥미를 유지해 갈 수 있긴 하지만 전부 프로처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롭고 풍부한 경험에서 얻어지는 감정, 느낌, 그런 것들을 자신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또 다른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이젠 찍기까지는 성공해서 좀 더 폼이 좋아진 느낌이고 중심 이동을 하면서 한결 더 스케이팅을 하는 데 훨씬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 이젠 코너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도 요령을 알면 할 수 있겠지요. 이 운동이 좋은 건, 굳이 스케이트를 타러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본이 스쿼트 자세와 비슷해서 다리 운동에 아주 좋다는 겁니다. 고관절과 허벅지, 다리 운동에 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몸의 중심을 단단히 잡을 수 있다는 건 내 몸으로 세상에 버티고 나아갈 힘이 조금은 더 생겼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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