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졌는지 알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아는 것
현재 있는 걸 파악한다 쉼표
필요한 걸 파악한다 쉼표
필요 없는 걸 파악한다 줄 긋고
그것이 재고 관리다
인생의 과정이 물건처럼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요구, 그리고 필요한 욕망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자신들이 희망하는 삶에 가까운 방식으로 살 수 있게 될까요?
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룹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그림 같은 집’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삽니다. 결혼 전 에이프릴은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었고 프랭크는 자유로운 삶을 꿈꿨지만 결혼 후 현실은 점점 꿈과 멀어진 생활로 흘러갑니다. 마당 위에서 아이들과 뛰어놀며 보내는 평화로워 보이는 삶은 그들의 상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무한 반복되는 하루하루, 지루함과 삶의 절망, 공허함이 자신들의 희망과 꿈을 대신해 삶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에게 영혼 없는 위로를 건네던 남편, 각자의 무료하고 지친 삶의 응어리는 예기치 못한 싸움으로 번집니다. 프랭크의 생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설계하며 파리로 이사할 결심을 합니다. 마음이 결정되자 프랭크는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하며 상사의 갈굼도 웃으며 이겨냅니다. 가을이면 곧 파리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늘 미소 지으며 업무에서도 성과가 납니다. 파리 이사 계획에 대해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하지만, 마음을 달리해서일까요? 그 마저도 자신들의 꿈이 있어 괜찮았습니다.
파리 이민을 향한 계획으로 준비가 한창이던 때 프랭크는 의외의 성과로 사장에게 '승진' 제안을 받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프릴이 셋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회사, 어쩌면 현실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프랭크는 승인 제안에 속 시원한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에이프릴에게도 속시원히 말을 하지 못합니다. 결국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현재를 벗어나서 행복하고 싶다는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생각은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더 잦은 부부 싸움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부부의 모습, 하지만 그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공허함들.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는 그들은 자신들이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맞으며 무의미한 인생 앞에 절망합니다. 부부싸움은 점점 서로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는 순간이 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결정적 순간들이 됩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의 반복은 점점 더 상대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한바탕 싸우고 난 후 의례적으로 스크램블을 나눠 먹는 아침의 어색함은 서로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관계라는 걸 드러냅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발견한 낙태 도구, 아내에 대한 신뢰는 깨지고 더 날카로운 말로 서로에게 험한 말을 쏟아냅니다. 부부가 아닌 어떤 관계라도 공허하고 무의미할 뿐입니다. 칭찬도 비난도 따듯한 격려도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기 될 수 있다는 걸 봅니다. 프랭크는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남편에게 중요한 것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다르다는 걸 안 에이프릴은 남편이 출근한 후 낙태를 감행합니다. 의식을 잃은 아내 앞에 안절부절못하는 남편, 프랭크는 결국 아내를 잃고 쫓기듯 아이들과 함께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납니다.
우린 누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며 삽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한 노력이 늘 같은 지점에서 자신의 꿈과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항상 갈등은 생겨나고 현실이 발목 잡아 포기하는 것들이 훨씬 많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안 늘 갈등하고 결정하고 또다시 갈등하고를 반복하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살면서 과연 안정된 것이란 무엇일까요? 그런 시간이 얼마나 존재해야 인간은 만족할 수 있을까요? 의문이 생깁니다. 두 사람이 계획대로 파리로 갔다면 정말 그들만의 만족과 행복은 충분히 충족됐을까요? 누구의 선택이 과연 옳았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선택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무것도 실현하지 못하면서도, 현실적이고 멋진 삶에 대한 갈증은 뫼비우스띠처럼 우리 머릿속에서 공전 중입니다.
"What is the realistic wonderful life?"
어쩌면, 우리에겐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헬렌(케시 베이츠)의 끊임없는 말에 대한 반발로 슬그머니 보청기 소리를 음소거하는 남편 하워드(리처드 이스튼)의 지혜?..... 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그 안에서 자신만의 만족을 찾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인생을 사는 동안엔 매번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질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고, 그 마지막을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겁이 나요?
그냥 눌러사는 게 낫다 싶어요?
공허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허무와 절망뿐인 현실이 안락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