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uwriting Oct 02. 2023

위플래쉬 Whiplash

열정과 광기 사이 그 어디 즈음...


시종일관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을 완성하며 성장해 가기 위한 여정이 그려진 영화지만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보는 사람은 숨이 막히는 전율과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분명하지만, 그 사이 험상궂은 액션이 나오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폭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보는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끝까지 긴장하고 마지막까지 섬뜩한 영화 <위플래쉬>를 마주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J.K. 시몬스) 교수를 만납니다. 뮤지션으로 성공하겠다는 야심 가득한 청년 앤드류는 여자친구를 사귈 기회 앞에서도 자신의 꿈 -드럼의 제왕이 되기 위해 여자 친구와도 헤어집니다. 학생들에게 막말은 기본이고 연주자 스스로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플레쳐 교수에게 앤드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앤드류 또한 쉴 틈 없이 한계까지 내몰립니다. 황금 드럼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인 드럼 주자의 교체를 당하며 초조해진 앤드류, 스틱의 속도를 따라 드럼 주위로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빠르게 달리는 선율 뒤로 아득해지는 의식, 그 순간,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집착과 광기가 폭발합니다. 최고의 연주를 위한 완벽한 스윙이 시작됩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플레쳐와 앤드류의 집착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합니다. 오로지 드럼으로 최고가 되겠다는 앤드류와 성공을 위한 대가로 폭언과 쌍욕, 채찍질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플레쳐 교수 사이의 긴장감은 영화 장르를 자꾸 의심케 합니다. 열정과 집념, 독기 그 자체를 내뿜으며 서로 각자의 성공을 향한 극한의 합을 위해 속도감 있게 달립니다. 최고의 순간까지 극한으로 치달리는 공포 스릴러 액션의 힘찬 박진감을 느끼게 됩니다.


 




난 한계를 넘는 걸 보고 싶었어 



위플래시 Whiplash의 의미는 무엇을 이루겠다고 속에 품고 있는 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채찍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드러머로서의 성공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앤드류와 완벽한 음악을 위해 채찍질을 가속화하는  플레쳐 교수의 조화 자체가 위플래시인 것 같습니다.




열정만으로 이름 짓기엔 부족한, 광기와 그 어디쯤을 오가는 플레쳐와 앤드류의 관계는 예술과 가스라이팅, 열정으로 포장된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충격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예술의 영역이 놀랍기만 합니다. 결국 플레쳐 교수는 내부 고발에 의해 학교를 떠나게 되지만 두 사람은 플레쳐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극장에서 우연히 다시 만납니다. 그리곤, 영화 엔딩에 가까워지며 함께하는 인생 최고 10분의 마지막 공연을 완벽 그 자체로 해 냅니다. 플레쳐의 광기와 집념과 광기로 다져진 앤드류의 폭발적인 드럼의 힘은 플레쳐의 광기를 넘어 결국 앤드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내기에 이릅니다. 앤드류가 한계를 넘는 걸 보고 싶었다던 플레쳐의 말을 깨버리는 순간, 연출력에 소름이 돋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무엇을 이루게 위해 죽을 만큼 열정을 다 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열정으로 이루려고 애쓴 것이 언제였는지, 무엇을 이루려고 했었는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잠깐 주변인들의 관심에 의해 잠시의 변덕스러운 열정과 꿈으로 포장된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안 그러면 죽을 것 같고 그것을 향해 앞뒤 없이 순수하게 그 목표만을 이루기 위해 살아본 적은? 분명한 기억이 없습니다. 새삼스레 저 정도의 열정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있다면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향한 그 열정을 공감하지 못하면 그저 미친 짓처럼 보이고 지루할 법한 영화지만 강렬한 순간을 느낄 수만 있다면 마지막 엔딩을 향한 연주에서 한계를 넘어서는 희열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굉장한 영화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적 없는 삶 Leave No Trac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