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뜬 무지개를 찾을 수 있을까
본능
1. 학습이나 경험에 의하지 않고 동물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행동 양식이나 능력
2. 사람이나 동물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나 감정
세상엔 언제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합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행복한 것과 불행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슬픈 것과 기쁜 것, 용기를 낼 만한 것과 두려운 것처럼 상반되면서도 늘 함께 존재하며 우리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갈등은 결국 오랜 망설임을 지나 하나의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정이 또 결정을 내릴 때의 마음과 다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린 누구나 긍정적인 감정은 부러워하고 선망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본능적으로 불편해하고 싫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것만 쫓는다고 불행하거나 불편한 일들이 알아서 피해가진 않습니다. 늘 나쁘고 싫은 것들은 알게 모르게 공존하곤 하지만 우리가 순간의 판단이나 행동들을 할 때 우리의 태도에 의해 이런 숨어 있는 것들이 드러나지 못하거나 스스로 사라질 뿐입니다. 더욱이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가급적 회피합니다. 비가 오면 화창한 날도 있고 쨍하던 햇빛을 덮어버릴 먹구름이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폭우로 휘몰아치며 모든 것을 휩쓸어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흐리거나 궂은날이 없다면 화창한 날씨에 감사할 수 있을까요? 맑고 좋은 날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을까요? 아름다움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더럽고 추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움의 가치가 제 몫을 다할 수 있을까요? 소중한 내 몸도 당연히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티도 나지 않게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을 베이고서야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디 큰 불편을 가져온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상대적이지만 그런 면에서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자꾸 쫓아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개는 시간이 필요할 테고 게 중에 간혹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불편함이 가져다준 의외의 다른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듯 밉고 싫은 것, 불편한 것도 조금 견디며 비라 봐주면 어떨까요?
예전에는 몸이 힘들거나 상황이 어려워져서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어쩌지 못할 때가 되면 먼저 막막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제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틀어지거나 오히려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해결이 되는 경험을 하며 이후부터는 힘든 일이 닥쳐도 피하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차분한 머리로 생각해 봅니다. 거리를 두고 무슨 일이 관련이 있는지, 어떻게 지금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인과를 따지며 방법을 찾아보며 그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충분히 맑은 머리를 유지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 깊이를 살펴보려 애씁니다.
스스로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픔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몸이던 마음이던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상상조차 못 합니다. 왜 아프냐고 되려 묻습니다. 때문에 같은 상황에 다른 결정을 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간의 한정적이고 협소한 경험과 궁핍한 지식은 때때로 사람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관계에 장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기에 우린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함부로 비난하거나 자신의 경험만으로 으쓱거리며 촌스러운 훈계를 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견뎌내며 극복해 가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짓이라거나 간단히 해결할 방법이 있다거나 아프면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으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아픈 사람이 굳이 아픔을 견뎌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조금씩 겨우 견뎌내고 하루하루 버티며 달라지는 마음을, 변해가는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아플 때 아픈 곳은 충분히 아프고 딱지가 붙고 떨어져야 그제야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 탄탄해집니다. 자신의 아픈 구석을 회피하기 위해 그저 고름 그득한 상처를 함부로 봉해 버리면 묵은 아픔과 상처를 새살로 살려낼 수 없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그것도 잘 살려고 합니다. 쓰러지려 하면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씁니다. 때론 힘이 들고 막막하더라도 본능에 충실할수록 우린, 결국 잘 살아갑니다. 자신이 가장 자기 자신에 가까운 모습일 때 또, 그 각각의 모습들을 서로서로 인정힐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린 보다 진정성을 갖고 인간에 대해 조금은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