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가 찾아야 하는 보물은 무엇일까?
보물찾기
- 물건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여러 군데 감추어 두고, 그 종이를 찾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물건을 상품으로 주는 놀이
새로운 한 해가 매년 시작되는 것처럼 살면서 한 번쯤은 우리가 생각하고 소망하던 보물들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꼭 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난 야외 활동이 여러 가지 있지만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들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최대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강력한 방법, 바로 보물찾기 행사였습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은 잔뜩 기대를 갖고 행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선생님들은 약간의 긴장 해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고, 아이들은 과한(?) 설렘과 흥분된 기대를 갖고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꽤 흥미롭고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물질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고 개개인에게 선물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때라 더더욱 아이들의 기대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소풍에서 보물찾기 행사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활동량을 최대한 늘리자는 목적도 있었을 테고, 한편으로는 아이들 간의 경쟁도 유발하면서 어느 정도 호기심과 승부욕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도록(?) 숨겨진 보물은 공교롭게도 동시에 발견이 되면서 간혹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 싸우지 않도록, 아마도 선생님의 배려가 더 컸겠지만 여분의 똑같은 선물을 나눠 주어서 결국엔 모두 선물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너무 은밀하지 않게(?) 숨겨진 덕에 한 사람도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땐 찾은 보물이 크던 작던 모든 아이들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을 품에 안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던 시절이었습니다.
살면서 내게 숨겨진 보물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를 위해 숨겨두고 내가 찾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면 그만두어야 할까, 그래도 계속 찾아야 할까
겉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들은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다 보니 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고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면 생각도, 생활도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 스스로 이루고 싶었던 꿈과 기대들이 너무 작아져 있거나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되었을 때 몸서리치게 놀라게 됩니다. 언제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꿈을 키워갈 시간도 뒤로한 채 살아온 시간에 허탈해집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자각하며 살게 된 시간도 꽤 지났지만, 내가 찾고 싶은 진짜 보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지금 그 보물을 이미 찾고도 눈치채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다른 그 무엇을 또 찾으려 애써야만 할까? 그것은 또 언제쯤 찾게 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만나는 한 지점 - 욕심에 이릅니다. 평생 찾고 싶은 것이 욕심은 아닐 텐데, 그것이 생애 가장 큰 보물인양 커다랗게 포장을 한 채 미련을 떨고 움켜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소풍 때마다 찾고 싶었던 화려한 색깔의 24색 크레파스 세트. 결국 한 번은 크레파스를 찾았지만 6 가지색만 있는 작은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참 좋았었습니다. 아끼고 아껴 쓰며 다음 소풍 때는 더 큰 세트를 찾을 수 있기를 꿈꾸곤 했었습니다. 나름 낭만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모든 물건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재미도, 기대와 호기심도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이젠 기대도 호기심도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소풍 때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필요한 보물 한 가지씩은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 가지씩 자신의 보물을 찾을 수 있다면 그 한 번의 '보물찾기'를 위해 즐겁게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발품 정도는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