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살아온 나무가 있습니다. 수많은 바람과 비와 눈을 견디고 흘려보내며 매년 여린 잎들을 하나씩 키워냅니다.
그 긴 시간이 지나도록 나무는 하나의 잎도, 하나의 가지도 함부로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가지치기로 살아있는 잎과 가지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아프지만 내색하지 않고 더 많은 여린 잎들을 기약하며 견뎌봅니다.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너르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고 기댈 곳을 내어줍니다.
삶의 터전이 옮겨지던 날, 뿌리째 상심하지만 나즈막한 그루터기가 되어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더 낮은 곳에서, 무수히 밟히며 힘없이 바스라지는 낙엽들이 함부로 바람에 사라지지 않도록 남은 뿌리를 한껏 뻗어 곁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