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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때가 되면, 져야

by gruwriting


추운 겨울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건

바람이 아닌 꽃, 여린 잎을 내밀고 또 다시 찾아온다

오래가진 못해도 한껏 자신만의 시절을 보내고

, 진다




동백이, 매화가

개나리와 진달래가 그렇게, 진다

흐드러진 잎을 툭툭 내던지며 앙상해지는 목련은

짙고 푸른 잎을 남기고

, 진다




세상을 향해 까다롭게 가시를 돋운 채

하나씩 꽃잎을 펼 때마다 깊은 호흡으로 어지러운 향을 내뱉는 장미도,

하늘을 타고 오르던 넝쿨 끝이 무거운 여름비에 하나씩

, 진다




시시로 질 때가 되면

,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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