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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n 06. 2024

저스트 머시 Just Mercy

이제 막 시작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갖는 힘은 위대하다


<저스트 머시>는 사람들의 편견이 만들어내는 범죄와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치러야 하는 가혹한 대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스(마이클 B.조던)이 맡은  첫 번째 재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86년, 앨라배마에서 미성년 백인 소녀의 살해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살해 혐의로 흑인 월터 맥밀런(제이미 폭스)은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수많은 변호사들의 변호 도움을 얻어 무죄 판결을 위해 노력해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지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은 범죄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이건 흑인 남성을 죽이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누군가 그를 살인자라고 하자 모두가 그렇게 믿은 거예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상관없이

이건 흑인 남성을 죽이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자기 집에서 모든 가족에게 둘러싸여 할 일을 하고 있는데도 살인죄를 씌운다면

애들한테 뭐라고 말하면서 말썽 피우지 말고 조심히 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희 깜둥이 중 하나가 그랬으니 네가 안 했더라도 네가 벌을 받아야지.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사형수 감옥에서 죽음을 대기하는 시간, 순간순간의 삶이 타들어갑니다. 희망을 잃은 지 오래지만 이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신참 인권 변호사가 나섭니다. 교도소를 방문한 신참 흑인 인권 변호사 브라이언에게, 수감자에게 요구하는 절차와 동일하게 옷의 탈의를 요구하는 백인 간수의 의도된 희롱은 역겹습니다. 분노를 유발하려는, 철저히 의도된 행위입니다.





미국은 인권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구성원의 대부분이 이민자인 나라에서 그들 모두에게 인권의 중요성이 과연 보편적 가치로 작용하는가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인종차별을 하면서 인권을 끔찍이도 중시하는 나라, 모순적이면서도 실제 그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범죄자가 되고 밥적 테두리 안에서조차 유색인의 인권은 묵살당하는 사회 인식들, 그들에게 소중한 인권은 과연 무엇일까요? 특정 인종들에게만 필요하고 중요한 인권인가 질문하게 됩니다.






당신이 옳고 그른 것의 차이를 알 거라고 생각해


영화에서 놀라웠던 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의 증언만으로 유죄가 된 것을 누락된 증거로 재심을 신청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심리에서 일부 희망을 가져보지만 거꾸로 재심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유를 조목조목 읊어대는 판사를 보며 아,.. 다 똑같구나 탄성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증거를 수용하면서 재심이 받아들여지고 브라이언이 언론을 활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자신의 거짓된 증언 몇 마디로 한 가정의 가장이 사형을 앞두고 있습니다. 협박에 의한 증언이었음을 드러내는 랄프 마이어스(팀 블레이크 넬슨)의 진실 밝히기는 인간의 가슴 깊은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부정과 불의에 대한 양신선언입니다. 법정에서 랄프가 진실을 말하기까지 머뭇거리며 월터를 바라보던 눈빛은 그래서 강렬하고 따듯합니다.



브라이언이 랄프와 기소 검사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브라이언의 설득 끝에 랄프도, 검사도 모두 양심에 따라 자신의 잘못된 진술을 번복하고 기소를 취소합니다. 거짓말 같은, 다소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사법제도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민족과 어린이들, 빈곤층들의 권리를 찾고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브라이언은  '동등한 정의 계획(EJI)'을 세우고 동료변호사들과 함께 인권변호 활동을 합니다.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타고난 인종을 구실로 불편등과 계급을 만들어내는 인간 본성에 관한 영화는 미국의 추악한 이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도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그들의 역사 속에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로 얼룩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은, 어쩌면 브라이언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의욕적이고 겁 없는 순순함이 갖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때 묻지 않고 올바른 것을 실행할 줄 아는 것, 그것은 시대의 양심이 됩니다. 비록 미미한 시작이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린 순수함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조차 장래의 꿈이 건물주이고 동심을 잃은 채 자라고 있습니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우린 그래도 조금씩 전진할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정의를 위해 브라이언과 함께하는 구성원들의 든든한 신뢰처럼 그 누군가의 믿음이 반드시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군가의 작은 시작이 세상을 바꿉니다. 한 사람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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