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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y 09. 2024

ABS가 오작동(?)하는 야구를 보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서 야구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자동으로 하는 시스템입니다.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 사람이 움직이며 하는 게임에 대한 판정을 자동으로 시스템이 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게임의 판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적용될 종목이 점차 늘어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게임의 판정에 대해 늘 많은 불만과 말들이 있어왔습니다.






ABS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심판의 재량으로...


스포츠 시즌이 되면 야구 게임을 종종 봅니다. 올해부터 프로야구에 도입된 ABS 가 어떻게 게임에서 작용할지 궁금해서 보는 중입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선수들이 판정을 수용하고 이젠 다투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줄어들까? 궁금했습니다. 아직은, 규격화된 존 ZONE에 공을 넣어야 하는 투수와 그 존 ZONE 안에서 쳐야 하는 타자들, 또 기계음을 듣고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들까지 모두 시스템 적응을 위해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겪는 중입니다.



그런데, 경기 중 자꾸 오류(?)가 납니다. 최근엔 ABS판정 조작 사건도 있었습니다. 시스템으로 판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어폰의 기계음을 놓친 심판의 실수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잦은 오류가 반복되고, 시스템 오류로 인식이 안된 투구는 '심판 재량'으로 '볼' 판정을 합니다. 장내 팬들에게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로 보이는 볼도 있었습니다. 심판이 놓친(심판이 기계음을 놓친 것인지 ABS가 추적을 못한 것인지) 스크라이크 판정을 심판의 재량으로 볼로 판정을 따로 하는 과정이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판정이 불가한 경우를 대비해서 기준 자체가 '볼'로 하기로 정해 놓은 것인가? 이건 공정한 판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성은 ABS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보던 중, ABS 가 볼을 추적하지 못하는 횟수가 반복되면,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볼 판정은 늘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정말 시스템의 오류이던, 기계적 판정을 놓친 심판의 잘못이던 - 심지어 스트라이크가 분명해 보이는 볼도 심판의 재량으로 볼판정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인식을 못한 ABS시스템의 오작동을 이유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멘털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게임을 보러 온 관중들은 어떨까요? 저의 경우는, 게임 자체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기계적 작동이 잘되면 던지고, 치고, 달리고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이 끝나거나 오류의 반복으로 볼판정이 계속된다면 지지부진한 경기에 대해 누구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유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더구나 단순히 기계적인 오류라면,  날이 덥고 습한 여름으로 갈수록 기계적 오류는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전자기기도 한여름 장마철을 지나며 자주 오작동을 하곤 하니까요.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에 대한 불만을 줄이자고 - 나름의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한 ABS, 하지만 기계 오작동으로 사람의 판단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똑같은 판정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매년 시즌이 시작되면 조금씩 달라지는 스크라이크존은 늘 논란거리였습니다.  모든 경기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의 판정을 왜 불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BS의 한계를 이겨낸 류현진의 100승은 놀라웠습니다. 0.78cm 벗어났다고? 그럼 0.78cm 안으로 쾅!  결국, 놀라운 제구력으로 스크라이크 콜을 받습니다.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인간의 의지는 이래서 감동을 주고 위대한가 봅니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가능한 게임 속에서 의외의 결과와 성공들이 짜릿한 감동을 주곤 합니다. 사람 몸을 움직여서 얻는 가장 기본적이고 순수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ABS는 점차 다른 종목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들이 야구 연습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배트를 내밀듯, 경기 자체의 재미와 생동감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임기 속의 야구처럼, 그저 이기고 지는 결과만 있고 감동은 없는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야구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소모되는 선수와 관중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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