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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y 13. 2024

음, ... 어떻게 헤어질까?

잘 헤어지기 위해 오늘도 만난다



어린아이들은 누군가 집에 손님들이 오면 부쩍 들뜹니다. 일단 부모들과 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올 테고 그 믿음만으로 무조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게다가 비교적 자주 보는 친척과 관계라도 돈독해지고 나면 헤어지는 순간이 못내 아쉽습니다. 보통 서너 살 꼬마들은 헤어지는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해 울음이 터지곤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왠지 꼬맹이들의 순수함 때문에 마음이 울컥하기도) 다들 그런 기억은 하나씩 갖고 있지 않나요?





헤어지는 관계가 따로 있나?


문득 수많은 만남들 중에 헤어지고 난 후 궁금한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놀랍게도 그리 오랫동안 수많은 관계 속에서 섞여 살았건만 떠오르는 사람은 몇 되질 않습니다. 왜 그럴까? 헤어지는 과정과 상관이 있어 보입니다. 나를 골탕 먹이던 사람이 괘씸해서 쌩~ 하고 일방적으로 내가 헤어진 경우는 기억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심전심이라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성장기를 겪으며 -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거치면서, 혹은 지역을 달리해 이사를 하면서, 직장에서 이직을 하면서... 심지어 개인 연애사에서조차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린 헤어짐을 경험합니다. 지금도 우린, 계속 헤어지는 중입니다.



그런데 유독 가족은 그대로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착각입니다. 역시 헤어집니다. 늘 함께 살 것 같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분가를 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 만날 수 없는 시기가 옵니다. 부모님이 그렇고 형제가 그렇게 헤어집니다. 하지만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심리적으로 함께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할 뿐입니다. 늘 만나지 못해도, 지금 바로 연락이 닿지 않아도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족 역시 헤어집니다. 그러면 원수 같던 가족을 대하는 마음도 조금은 아련해지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집니다.






매일 헤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며 드는 생각은, 우린 매 순간 헤어지고 있구나 깨닫곤 합니다. 어제와 오늘과 지금의 나와 옆의 사람들과 모두 매 순간을 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이 이렇게 흐르고 나면, 지금이 너무 소중해지고 보다 천천히 지금 순간에 집중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때문에 옆을 돌아보게 됩니다. 성격이 좋아서도 아니고 욕심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지금이 지나고 조금만 내일을 생각하면 오늘 이 순간이 마지막이니 굳이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게 되고 흘러가는 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SNS나 인터넷을 보면, 죽을 때 후회되거니 아쉬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예상 질문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혹은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인생을 살아보지 못해서,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해서, 건강을 너무 빨리 잃게 돼서, 자신을 위해 쉬어보지 못해서... 등등 우여곡절만큼이나 다양한 답을 합니다. 난 그럼 무엇이 가장 후회가 되고 아쉬울까? 아니, 아쉽다기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나름의 마음먹은 것은 기회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경험하고 느껴보고 했으니 크게 서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그 언젠가, 헤어질 가족과 지인들을 향해  ‘덕분에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듯 마음의 소란함이 잦아들고 나면 아름다운 날들을 기억하기 위해 오늘도 우린, 만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야 혼자의 생각이나 마음만으로 정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만나고 그 만남을 지나는 과정에서 우린 또 헤어지기 위해 만납니다. 요즘 부쩍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나 공유합니다.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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