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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y 20. 2024

그냥, 가만히 있어 보았습니다

일요일, 고요하다


그저 휴식하고 싶은 날,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 생활인들은 늘 바쁘고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움직이게 됩니다. 마음 깊이 넣어둔 휴식은 바쁘게 보낸 시간의 보상 같은 것일까요? 살다 보니 잠깐의 복잡함과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밝은 빛의 조금은 나른하고 게을러도 좋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쉬고 싶을 때 무엇을 하시나요? 음... 꼭 뭘 해야 하나요? 무엇을 하는 건 쉬는 건가요? 아무런 궁금증이나 이유 없이 그저 숨 쉬고 스스로 쿵쾅대는 생존의 맥박을 느껴볼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나요?






고요하게 시작된 일요일


돌아보면,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어떻게 그 바쁜 시절을 보냈는지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아이들을 챙기고 주 6일 출근이 당연하던 때였습니다. 아마도 젊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지요.(지금은 젊어도 그렇게 일하면 안 돼요.) 평일엔 그렇게도 최대한 늦게 일어나 보려고 갖은 구실을 다 만들면서도 주말만 되면 마치 짠 것처럼 온 가족들이 하나같이 이른 기상을 하곤 했습니다. 크게 시끄럽지는 않은데 뭔가 은근하게 부스럭거리고 살금살금 거리고 가끔 툭탁툭탁 소리가 은근히 신경을 자극합니다. 결국엔 참치 못해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해불가의 영역이긴 합니다. 도대체 다들 왜 그러는 걸까요?




이젠 다들 자라서 각자의 생활로 바쁘지만 덕분에 전 휴일에 시간이 조금 생겼습니다. 굳이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필요도 없고 침대에서 뒹굴거려도 괜찮아졌습니다. 누가 보채고 밥을 달라거나 어디를 가자고 하지 않아서 좋은 시간을 맞습니다.(원래 집에 한번 들어오면 집콕하는 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오랜만에 게으름도 한껏 부리고 몽롱한 채 오전 시간을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일까, 아니면 나들이하기 좋은 날이라 그런 걸까, 주변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저 고요합니다. 고요하게 시작된 일요일,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오랜만에 맞은 한없이 '조용한 침묵의 시간'이 참 좋습니다.







가끔은 그리울지도


가끔은 지난 시간이 그리워지는 것이 인간입니다. 자신이 겪어온 시간 중 되도록이면 좋았던 시간을 추억하고 되새김질하며 사는 것이 우리 삶인지도 모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을 구경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세상 소리를 흘려듣는 동안 그동안의 시간들과 수많은 기억들이 슬며시 떠오릅니다. 쨍한 한낮에, 밖에서 어느 집 아이가 세상 떠나가게 우는 소릴 듣습니다. 저 아이는 분명히 엄마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텐데, 엄마는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예전에 아이가 더 크게 울든 말든 연거푸 사진을 찍으며 놀려먹던 기억과 함께, 난 참 많이 얄미운 엄마였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그냥 가만히 하루를 보내봅니다. 가만히 정말로... 머리는 비어있고 몸은 늘어지고 어느새 하루는 저물어가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움직임과 최소한의 생각만 합니다. 단순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런 시간은 꼭 누구에게나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이 너무 필요 이상으로 소모되기 전에. 그 무엇으로도 번잡하지 않고 세상일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일상적인 날, 딱 하루! 가끔은 그런 날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소모하지 않고 보내도 좋은 그런 날이. 어제 내 삶의 서사가 어찌 되었든 말이죠.






문득, 나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좋은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누구에게가 아니라 '그냥 나에게 좋은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무엇이든 풀 여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면 괜찮습니다. 어쩌면 휴식은 무엇에 혹은 어딘가에 기대어 모든 것을 풀어놓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린 가끔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 멈춰있어도 좋은 고요한 시간 안에 가만히 있어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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