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만큼 변하는 세상, 스스로를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국어사전)
업그레이드 upgrade
-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새것으로 변경하는 일
- 격상하다, 등급을 올리다, 개량하다
<업그레이드 Upgrade>의 사전적 의미의 결론은 '더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기능이 좋아지거나 낡은 것이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서 몸의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될 때, 의학이나 과학의 도움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저라면 당연히 감사히 도움을 받아들일 겁니다. 또 하나의 만약이지만, 차를 사야 할 때 자율주행차 판매가 일반화된다면 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역시나 운전의 위험이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두 삶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점점 편리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 그레이( 로건 마샬 그린)는 자동차를 직접 고칩니다.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손보고 운전도 직접 합니다. 어릴 때, 미래를 가상한 영화나 드라마들로 기억나는 것은 TV에서 보여주던 600만 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였고 이후 충격적으로 봤던 것이 혹성탈출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였지만 예전에는 무조건 다량의 외화(미국산)가 TV에 노출되어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TV에서 보여주는 600만 불 사나이나 소머즈는 몸의 일부에 생체공학을 적용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스로우 모션과 기계음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단순히 인간의 능력이 더 좋아지는 걸로 보였습니다. 혹성탈출을 보며 망해버린 인류의 모습과 거꾸로 진화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레이는 앞에서 가정했던 것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몸이 마비되지만 작은 칩을 몸에 심으면서 정상적으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 안에서 새로운 자아(? 스템)와 만나게 됩니다. 스템이 자신의 신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도와준다는 사실을, 하지만 스템은 그레이의 몸을 빌려 자생적인 힘을 갖게 됩니다. 인간이 칩을 만들었지만, 해킹으로 인해 칩을 지배하던 인간의 제어로부터 벗어납니다.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됩니다. 인간으로부터 독립한 칩의 통제아래 인간은 하나의 부품으로, 인형으로 전락합니다. 실제로 스템의 작용에 따라 그레이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사용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스템의 힘을 빌려 아내를 죽인 괴한과 싸우는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의지가 소용없어지는 때가 온다면 어떨까요? 인간이 자신이 아닌 다른 힘의 지배를 받는 상태에 놓입니다. 이거, 흡사 혹성 탈출과 비슷합니다. 역시나 끔찍한 결말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음악도 책도 무기도 생활용품들도 가전제품도... 사람들은, 이제 세상에서 아날로그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전자책으로 종이책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음원으로 LP판은 사라질 거라고들 했습니다. AI 번역기가 발달해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 거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업그레이드의 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인간의 물리적인 영역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창의력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몸은 사이보그인데 인간적 생활이 가능할까요?
인간의 속성상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허울 좋게 세상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극단적인 발달로 달려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물질과 과학이 발달이 더 고도화되면 인간에게 또다시 더 업그레이드 가능한 현실은 어떤 것일까요? 무엇에 대해서, 무엇을 위해서, 또 누구를 위해 우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일까요? 왜 그래야 할까요? 인간의 뇌에 의하지 않은 행동에 인간은 책임이 없을까요? 아내의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발되는 의미 없는 살인이 그렇습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세상에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이 인간의 삶에 전혀 소용없는 것이 될까요?
사실 SF나 스릴러, 액션물 등등 죽고 죽이는 그런 영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피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이 영화는 정말 충격적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꽤나 창의적이고 신선한 소재와 깔끔한 결말이 좋았고 보면서 계속 많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에 몰입도는 최강인 듯합니다. 어쩌면 아날로그적인 것들과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 고유의 삶이 사라져 가는 현실적 위기감을 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인간의 상상력만큼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섬찟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