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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n 24. 2024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

숨어있던 감정들도 가끔씩 깨어나서 강하게 움직입니다.


지금, 자신의 감정 상태는 어떤가요? 자주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모두 잘 알고 있나요?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해 달라고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알고 계신가요? 스스로 몰랐던 숨어 있던 감정들이 갑자기 튀어 올라올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OTT에 익숙해 있던 터라 예전 영화관을 찾던 기분을 내며 <인사이드 아웃 2>를 봅니다. 제가 디즈니 영화를 보는 이유는, 놀라운 창의력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음악 때문입니다. 처음 <인사이드 아웃1>이 나왔을 때, 사람의 여러 감정을 시각화했다는 자체가 놀라웠었습니다. 당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면 그건 순전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13살이 된 주인공 라일리, 사춘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여러 감정(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들이 감정을 컨트롤하는 본부를 운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본부에 등장합니다. 기존의 감정들이 언제나 제멋대로인 불안이와 계속 충돌을 하던 중, 새로운 감정들은 본부를 장악하며 기존 감정들을 쫓아냅니다. 기존의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하는 동안,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새롭게 작용하는 감정에 따라 라일리는 처음으로 낯선 감정의 변화를 겪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예견된다는 <인사이드 아웃 2>, 새로운 감정의 등장으로 라일리에게 다양한 여러 가지 감정들(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불쑥불쑥 자라나는 것을 봅니다. 숨어있어서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감정들이 낯설게 올라오며 사춘기의인 라일리는 복잡한 감정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자신의 모습으로 혼란을 경험합니다.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은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살지는 않습니다. 특정 시기에 어떤 감정이 중요해지기도 하고 때론 무신경하게 잊고 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들로 인해 다른 좋은 감정들까지 잊은 채 불행하게 살기도 합니다. 새삼, 어른들이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이 점점 줄어들어 감정에 더더욱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한 마케팅은 어느 분야에서나 잘 먹힌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인간의 성장에 따른 감정 변화중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이 '기쁨' 반면, 점점 더 크게 자라나는 것이 '불안'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어른들에게 더더욱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지금 '불안' 속에서 매일을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오늘을 살면서도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 지금 행복한 순간을 사는 사람조차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한 채 곧 행복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낍니다. 다른 감정들을 돌아볼 틈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갑니다. 가끔씩 소소한 기쁨과 따분함을 느끼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살짝 당황하기도 합니다. 늘 다른 사람들은 행복과 함께 하는 것 같고, 자신은 늘 불행과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인사이드 아웃 1>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세세한 감정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대부분의 조직은 군대 서열을 장착한 수직 사회의 전형으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때, 개인의 감정을 일깨워준 영화가 < 인사이드 아웃 1>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시각화, 생생한 움직임들이 왜 우리가 역동적으로 살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줬습니다. 그에 한발 더 나아가 [감정일기]를 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감정일기를 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예전엔 개인의 감정은 큰 틀 속에서 적당히 조절되고 무향무취로 흐름에 맡겨 따라가야 하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슬퍼도 펑펑 울지 못하고 기뻐도 비명 지르며 좋아하지도 못하는 상태, 더더욱 부정적인 감정은 감히 드러낼 수 없었고 그것이 사회 분위기였습니다.(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역량과 사회분위기가 꼭 비례해서 같이 발전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2>를 본 솔직한 느낌은 지루했습니다. 처음의 그 생기발랄하게 살아 움직이는 감정의 변화가 라일리를 통해 표현되던 반짝이는 창의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같은 플롯에 새로운 감정들 몇을 더해 라일리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줄 뿐입니다. 주인공은 성장하고 있지만,  더해진 몇몇 감정들이 정해진 플롯의 틀에 갇힌 느낌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 지루했고 게으르게 만들어졌습니다. 라일리의 전 생애를 그리며 또다시 3,4편이 나와도 사람들은 반길 겁니다. 하지만, 전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제시하는 감정들에 어떤 틀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만큼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의 표현들은 정형화될 수 없습니다. 감정에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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