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드디어 해 봅니다, 모닝 런~ 너무 좋은데요?
러닝을 하면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아니, 러닝을 하게 된 내적 목표가 있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30~40분을 쉬지 않고 달려보자~ 매일 조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은 달리는 행위 자체가 무척 힘들었지만 RunDay 어플 덕에 조금씩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을 어떻게 할지가 큰 고민이었고 다들 힘들어한 여름은 달리기를 멈춰야 했습니다. 그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들었으니까요.
사실 아침 이른 시간 -결국 출근 시간이지만 38분간을 달립니다. 주로 저녁 퇴근후 하던 행위라 낯설긴 했지만 '일어나서 바로 나가면 끝'이라는 걸 왜 진작 몰랐었는지... 일단 조용한 주말 아침,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조용한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기분, 살짝 덜 깬 잠도 깨우고 머릿속이 각성되는 느낌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뛰지 못하면 아침 이른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하나를 해보면서 그동안 못했던 것도 반성을 하게 되네요. 방법을 달리 해보면 됐을 것을. 저녁에는 주로 불빛들이 많아서 풍경에는 별 신경을 안 썼지만 아침이라 물 위로 흐르는 햇빛의 조각들이, 그 옆에 한가로운 두루미의 몸짓까지 아름답습니다. 조금씩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은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 중이지만 적당한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정리됩니다. 어느덧 반복된 습관으로 뛰는 자세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속도가 자꾸 빨라지지 않게 조절하면서 천천히 달립니다. 매번 느끼지만, 몸통이 흔들리지 않게 코어를 유지하며 달리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굳이 빨리 달리지 않고 걷는 속도로 달리려고 합니다. 앞에 작은북을 두 손으로 번갈이 두드리듯(런데이의 설명에 따라) 하며. 첫날은 너무 욕심을 부렸던 탓에 정신이 없었지만 이젠, 몸통으로 중심 잡고 가볍게 팔을 흔들고 걷는 속도로 달리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약간의 숨 가쁨과 살짝 땀이 나는 정도, 괜찮습니다. 발목과 무릎, 허벅지는 뛰기 전후 스트레칭을 해 줍니다. 스케이트를 타고난 후와는 또 다른 부위의 근육이 뻐근해오며 뭔가 몸의 정렬이 이루어지는 듯 한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여름을 살짝 건너뛰긴 했지만, 한번 습관을 들여놓은 것은, 몸에 익은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또 배웁니다. 불필요한 것은 털어내고 필요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조금 더 익히면,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뛰면서 몸은 가벼워지고, 가장 좋은 것은 몸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출산 후 줄넘기조차 하지 못했던 몸이었던 사람이, 나이를 한참 더 먹은 지금 세월에 자유롭게 뛸 수 있게 된 상태에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사실 오십 대 엄마들은 무릎과 신경통으로 걷기조차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몸의 건강이 마음에 심어주는 자신감은 무척 중요합니다. 달리고 들어오면 뭔가 몸이 가벼워지고 순간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일상 움직임에 활력이 생기고 머릿속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글을 정리하고 생활 주변을 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달리는 행위일 뿐인데 -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온몸이 깨어 움직이는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살아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요.
잠시, 내가 너무 달린다는 '행위'에만 너무 목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루틴이 추가된 아침이 좋을 뿐입니다. 식구들 아침을 챙기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나중으로 미루다 결국 못하던 그런 방식을 '탈피'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머릿속이 번잡할 때 가장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지금으로선 주변을 달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누구 말대로 그냥 신발만 신고 나가면 시작은 이미 한 것이니까요. 걷던 뛰던 그건 나중 문제니 고민거리가 되질 않습니다.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돌아올 때 새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에 관해서던, 세상에 대해서든.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러닝~ 추천합니다. 그냥 해보세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