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뛰어볼까? 팔짝!

#. 1-4 뛰는 이유요?, 뛰어봐야 알아요

by gruwriting


왜 달리고 싶은가요? 왜 자꾸 더 많은 사람들이 달릴까요?




한번 쓰러지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자기 신체의 작은 움직임조차 경이로워집니다. 작은 한 가지가 되면 뛸 듯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쓰러지고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스스로 앉아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저 그동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순간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다가도 서 있어도 혼자 걷지 못하면 화를 냅니다. 사람이 참 이상합니다. 작은 것에는 감사하면서도 그다음 단계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화를 냅니다. 잠시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데도 그 순간을 참지 못합니다. 지하철 역에 들어서서 멍하니, 에스컬레이터가 아우토반처럼 느껴져 올라 타지를 못합니다. 사람들의 이동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지면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겁이 납니다.






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다


그래도 어딘가 앉지도, 서지도 못하다가 설 수 있다는 행위 자체에 감사하지만, 서서 아무 동작을 못할 땐 또 걷고 싶어 집니다. 예전처럼 마음대로 가고 싶은 대로 갈 수만 있다면... 하고 상상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다 걷는 행위가 되는 순간 목적 없이 걷게 됩니다. 마치 걷는 행위에 취한 사람처럼, 걷다가 다리가 지칠 때까지 심장의 흔들림을 조절할 수 없을 때까지 걷다가 뛰고 싶어 집니다.



그러나 걷는 것 외 줄넘기조차 하지 못하고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포기를 하게 됩니다.

안되나 보다...

겨울철마다 길에서 자주 넘어지던 사람이라 처음 스케이트를 배울 때 소박하게 얼음에만 서서 400M 트랙 한 바퀴만 돌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혼자 어설프게나마 갈 수 있게 되자 조금씩 속도가 느껴집니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속도가 0에 가깝지만 앞으로 간다는 면에서 저 스스로는 속도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다 혹시 스케이트화를 벗고 땅에서 뛸 수도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별 거 아니지만 하지 않으면 몰라요


뛰고 싶다는 생각이 꽤나 간절해졌습니다. 게다가 주위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이들 뛰어다니는지 너무 부러웠습니다. 이 별거 아닌 과정이 왜 필요했는지... 별거 아니지만 뛰어보지 않으면 뛰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몰랐을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 몸을 내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속도를 붙여서 숨소리에 몰입하면서 '살아있음'에 집중하게 됩니다. 뭐라도 하게 됩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힘이 들수록 각자도생에 체력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산후 우울증의 힘든 시간도 지나왔고 비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무기력했던 긴 시간도 지나왔습니다.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운 좋게도 잘 견디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가족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알리지 않았으니까... 그저 기분이 다운된 거라고, 기분 전환을 하면 좋아진다고들 생각했습니다.



엄마들은 그렇습니다. 시시콜콜 말하지 않습니다. 말을 해도 그러려니 하는 주변의 반응에 자신의 이야기나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고 지냅니다. 안 그래도 가족들에 대한 생각과 걱정이 한가득 머릿속에 들어 있으니까요. 대개 엄마들은 그렇습니다. 살짝 눈이 녹았지만 약하게 뿌리는 빗방울 속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뛰던 주말, 달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간혹 어쩌다 보이는 모습은 우산을 쓰고 혼자 걸어가는 제 나이 또래 엄마들 몇몇 뿐이었습니다. 혼자서 긴 하천 길을 따라 걷는 엄마들.





요즘은 마음이 무거울 때 머릿속이 복잡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아니면 몸이 지나치게 피곤할 때 일단 나갑니다. 그리고 그냥 천천히 달립니다. 겨우 4km 정도 남짓 거리를 아직 걷다가 뛰다가 하지만, 그 시간에 많은 것들이 스스로 회복을 합니다.... 오늘도 감사하게 오십 분을 다녀왔습니다. 겨울에도 움츠리지 않고 잘 달려 볼 예정입니다. 내 몸으로 마음대로 움직여서 스스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몸 하나만으로 스스로 달려갈 수 있다는 행위가 얼마나 멋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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