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가 말이 '자주'이지 매일 하루 한 번은 꼭 보건실에 갔다. 오전 수업밖에 안 하는 1학년 수업 일과 중 어쩔 땐 두 번을 다녀오기도 했다. 정년 퇴임이 얼마 남지 않으셨던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도 매일은 너무 했나, 싶으셨던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나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셨다.
아침에 집에서 밥 먹고 나올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아이가 학교에 와서 수업을 하다 보면 머리나 배가 아파진다니. 알뜰살뜰 챙기는 편이 아닌 엄마이긴 했지만, 딸아이가 매일 보건실에 간다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딸아이가 진짜 어디가 아픈가? 하고.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어느 날 오후, 보건실에 잠시 들러 보았다. 그날도 보건실은 문전성시였다. 학생수가 많지 않은 학교에서 보건실이 북적댄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보건 선생님이 따뜻한 분이신 거다. 그 보건 선생님도 항상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시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신 분이셨다.
"선생님, 제 아이가 매일 보건실에 온다면서요?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아이들이 뭐 다 그렇죠. 긴장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하면 몸이 반응하는 거니까요."
보건 선생님은 특유의 웃음을 만면에 띄우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너무 잘해 주시니 아이가 매일 오나 봐요."
별일 아니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 혼자 심각해지기도 뭐해서 가볍게 대꾸했다. 그래도 아이가 매일 보건실에 올 때마다 이분이 아이를 어떻게 처치하시는지 궁금했다.
과연 아이들이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오면 보건 선생님께서 주시는 만병통치약이 있었으니, 그것은 '비타민'이었다.
선생님은 그게 뭘까? 궁금해하는 내게도 하나 건네주셨다. 그것은 조금 큰 단추만 한 크기에 둥글 납작한 모양의 노란색 영양 보조제였다. 아이가 삼키기엔 무리가 있는 크기라 받아 들면 으레 입 안에서 천천히 혀를 굴려 녹여 먹어야 했다.
비타민을 받아먹어 보고서야 나는 딸아이가 왜 그렇게 자주 보건실을 가는지 알게 되었다.
노란 색깔의 비타민은 시각을 통해 밝은 기운이 뇌에 전달되며 금세 기분을 업 시켜주었다. 입에 굴려 녹일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새콤달콤한 맛은 미각 중추를 자극했다. 무엇보다도 보건실엔 항상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보건 선생님이 계셨다.
딸아이는 배가 아플 때나, 머리가 아프다고 보건실을 찾을 때마다 선생님이 주시는 이 노란 약을 먹기만 하면 금방 증상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보건실을 찾았던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따뜻하고 달달한 '관심의 맛'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보건 선생님께서 주시는 약이 비타민인 줄은 알았지만 그것이 머리나 배가 아플 때 먹는 진통제의 다른 이름쯤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는 보건 선생님께서 아픈 데를 낫게 할 약이라고 건네주셨으니 그 약을 먹으면 나을 거라는 믿음으로 먹었을 테고, 비타민은 어떤 진통제보다도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 주었다. '플라시보 효과'(효과 없는 약도 환자가 약효를 믿으면 병세가 개선되는 현상)였던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반영하는 말이 플라시보 효과라면, 이와 반대 개념으로 '노시보 효과'라는 말도 있다. 의사가 올바로 약을 처방해주어도 환자가 이에 의심을 품으면 약효과를 낼 수 없을 때 쓰는 말로, '부정적인 암시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반영하는 말이다.
우리는 작년 한 해 동안, 아니 여전히 노시보 효과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병원균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는 만난 사람이 없었어도 왠지 두통이 나는 것 같고, 몸 어딘가 열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것은 스스로가 불러온 착각이었을 뿐이었다.
항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기본적인 방역 지침 이행만으로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한 해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알레르기가 심해서 환절기 때마다 병원에서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먹어야 그나마 상태를 유지하던 아들 녀석도 작년 한 해 동안 한 번도 병원을 간 적이 없다.
요즘 각종 포털이나 매스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병세가 악화되었다느니, 심지어는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듣는다. 전 세계 2억여 명에 달하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이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이 보고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백신 접종 2주 만에 몇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백신의 수급 관계상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던 교사들의 백신 접종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 독감 주사도 안 맞던 사람이고, 약으로 몸을 치료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예방 주사도 맞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마스크 잘 쓰고 철저히 위생 관리하면 지금처럼 코로나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이번 백신을 맞는다 해서 변종 코로나까지 다 예방이 될 거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맞아야 한다면 맞을 생각이다. 이제 코로나 백신 접종은 내 몸 하나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백신을 우선 맞아야만 하는 대상자로서 백신 접종이 보건 선생님의 노란 비타민보다 훨씬 강한 위약 효과를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효과를 반감시키거나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노시보 효과를 불러들이는 주술이라도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나보다 더 앞장서서 맞아줄 것이 아니라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악영향을 함부로 퍼뜨리는 언론은 제발 그 입을 좀 삼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