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애가 자꾸 나를 째려봐요

울퉁불퉁한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아주세요

by 정혜영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저렇게 말하지?'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왜 내 말을 저렇게 받아들이지?'

'그 사람, 나를 보는 표정이 좋지 않았어.'


가끔 나를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가 호의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난 상대에게 별 악감정이 없는데 왜 상대는 나에게 그러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붙들고 "정말 왜 그러는 거냐"라고 따져 묻고 싶지만 사소한 일에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관두고 만다. 떨구어내지 않은 불편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내 몸 구석구석에 숨어있다가 괜한 곳에서, 엉뚱한 사람을 향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억지로 틀어막아놓은 감정의 화산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터질 수 있다. 내 마음을 먼저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반 가연이(가명)의 어머니께서 전화 상담을 요청하셨다.

다른 반 아이들 몇 명이 그룹 지어 다니면서 복도에서 오가며 가연이와 마주칠 때마다 곱지 않은 눈초리로 눈을 흘기며 지나간다고 하셨다. 여자 아이들은 이르면 2, 3학년 때부터 친구 간에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는데 혹시 가연이가 그런 상황에 놓일까 봐 걱정이라고 하셨다.

아직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은 상태라 다음날 해당되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가연이 어머니께서 언급하셨던 학생 이름을 알아본 결과, 몇 반 아이인지 확인이 되었다. 그 반 담임 선생님과도 통화 내용을 전하며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다음날 각자 반 아이들과 이야기를 1차 나눈 후, 연구실에서 관련된 아이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가졌다.

"얘들아, 너희들 서로 아는 사이지?"

"예! 작년에 얘(가연이)랑 같은 반이었어요!"

불려 온 여자 아이들 3명 중 하나가 또랑또랑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친구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겠지?"

"(일동) 네!"

"근데, 상대방이 한 말이나 행동이 불편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서로 이야기해야 해요."

"그래. 그래서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모인 거야. 가연이가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거든."


그렇게 가연이와 다른 반 3명의 아이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던 불편한 생각과 마음을 내어 놓았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연이의 불편했던 감정의 원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간 과거의 일에서 시작되었다. 3월 초, 아파트 놀이터에서 모두 함께 놀다가 불편한 상황이 있었고, 그때 해소되지 않은 마음이 내내 가연이의 마음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복도에서 이 무리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가연이의 표정도 굳어졌던가 보다. 가연이는 내게 이 아이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째려보며 지나간다고 했었는데 이 아이들은 가연이가 자신들을 흘겨보는 것 같았다고 말한 걸 보면 말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오해를 풀었다.


"미안해", "괜찮아"


대부분의 관계는 이 두 가지 사과와 수용의 언어로 단단해진다. 아이들 역시 이런 말을 주고받게 되자, 처음 마주 앉았을 때의 긴장감과 뻣뻣한 분위기는 이내 사라졌다.


울퉁불퉁해진 마음은 때로는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울퉁불퉁해진 마음이 몸 어딘가에서 부글부글 끓어 넘치지 않도록 내어놓음으로써 스스로를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것이다.


대화가 끝나자 가연이의 표정도, 상대 친구들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가연아, 오늘 친구들과 대화 나누고 좀 나아졌니?"

"네, 이제 괜찮아요."


가연이는 다시 평소의 명랑한 아이로 돌아와 신나는 만들기 수업에 퐁당 빠졌다.

솔직히 내어놓은 마음이 받아들여지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졌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현재'에 마음을 둘 수 있다. 그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아주는 것, 가르치는 일보다 우선할 일이다. 현재에 집중할 수 없는 마음이란 깨어진 옹이 같아서 아무리 퍼 담아도 새어나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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