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 <트루 시크릿>

중년의 여성에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프랑스 영화

by 정혜영

어떤 이야기던지 자신의 삶과 가까운 이야기에 좀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40세를 맞이했을 때 느꼈던 이전과 다른 감정들이 떠오른다. 뭔가 정말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어깨를 누르는 부담감과 삶을 세련되게 다듬어야겠다는 각오 외에, 여성으로서 이제는 '젊음'과는 영 이별이라는 약간의 슬픔. 뭔가 복잡한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던 것 같다. 40대에도 그랬는데 50대를 맞는다면 마음은 얼마나 복잡해질까.


그런 마음을 대신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지식인으로서 뚜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50대 중년 여성의 삶에 생기는 균열과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다가오는 것들>과 <트루 시크릿>이다.

두 영화 모두 공교롭게도 프랑스 영화인데, 50대 여성의 삶을 원 톱으로 다루는 서로 다른 시각이 흥미롭다. 이런 시각차는 감독의 성별 차이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단적으로 말하면, 대중성 면에서는 <트루 시크릿>이 윈(win)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성찰의 자세라면 <다가오는 것들>에 손을 들어줘야겠다. <다가오는 것들>의 주연인 이자벨 위페르가 이 영화로 2016, 2017 런던과 뉴욕 비평가들이 뽑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보면, 역시 비평가들은 대중성보다는 성찰적인 면모를 더 중시하나 보다. 나에게는 <트루 시크릿>에서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도 충분한 여우주연상 감이었다.





<다가오는 것들>은 2016년 개봉, 81년생의 '미아 한센-러브'라는 여성 감독 작품으로, 2016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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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장성한 두 자녀를 둔 50대의 중년 여성으로, 25년간의 결혼생활로 일군 안정된 가정과 고등학교 철학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지식층 여성이다. 심약해진 연로한 홀어머니까지 신경 쓰느라 바쁘긴 하지만 제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대체로 안정된 중년의 삶을 다져가던 그녀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25년간이나 함께 해온,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살았던 남편이 다른 여자가 생겨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혼자 돌보기 힘들어진 엄마를 요양원에 맡긴 얼마 후 엄마의 죽음을 맞게 되고, 오랫동안 자신을 존경해온 오랜 제자 파비앵(로만 코린 카 분)으로부터 말과 행동이 다른 부르주아 취급까지 받게 된다.


굳건하리라 믿었던 가정과 일에서 생기는 균열이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이런 상황에서 나탈리는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게 될까?






<트루 시크릿>은 2019년 개봉, 68년생 '사피 네 부'라는 남성 감독 작품이고,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은 청불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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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미요(줄리엣 비노쉬 분)는 대학 교수라는 직업과 50세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뤼도(귀욤 고익스 분)라는 연하의 남자 친구까지 있으니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게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클레르는 남자 친구가 떠날까 두려워 24살 클라라라는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그를 감시하고자 하는, 외롭고 불안한 심리 상태의 중년 여성이다.


그런데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뤼도의 친구 알렉스(프랑수아 시빌 분)가 '온라인상의 클라라'에게 빠지게 되고 클레르 또한 클라라로서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온라인에서 20대의 젊고 매력적인 클라라로 알렉스와 온라인 사랑을 이어가는 클레르는 현실에서도 삶에 있어 새로운 젊음을 맞은 듯한 활력을 다시 찾게 된다.

그렇지만 위태로운 관계는 오래갈 수 없는 법.



화는 50대의 지식층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릅니다.

한 영화는 그동안 열심히 일궈온 가정과 일, 가족 간에 생기는 균열과 변화를 담담히 감당해 나가는 50대의 여성의 모습을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다른 영화는 젊음과 점점 멀어지는 여성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며 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불안한 욕망을 다루는 50대의 여성의 모습을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어느 편 시선에 좀 더 공감이 갈지는 두 편을 모두 보아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에서는 나의 가정과 일에 대해 좀 더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삶의 변화들을 미리 만나 보았고, <트루 시크릿>에서는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과 깊어지는 팔자 주름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 점점 미워지는 나이에, 20대 때의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D


영화를 통해 먼저 맞아 본 나의 50대.

나이 듦이 기쁘고 행복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피하고만 싶은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깊어지는 주름과 점점 더 쇠약해질 몸 마디마디를 소중히 다루면서 미워지는 겉모습을 채워 줄 속모양을 더 예쁘게 가꿔가 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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