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담임 선생님?

담임 선생님과 연락하기 힘든 학부모

by 정혜영



중학생 아들을 둔 친구에게서 아침 일찍부터 문자가 왔다.

애가 미열이 있는데 자가진단에 표시해야 하는 거냐?

안쓰러움을 표한 뒤 해야지, 하는 내 응답에,

표시했다가 학교에 가면 아이가 괜히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될까 봐서...

라는 답이 왔다. 코로나 의심 증상(발열이나 기침, 오한 등)이 일반 감기 증상과 구분이 쉽지 않은데 일반 감기라도 자가진단에 표시해야 하냐는 거다.

급한가 보다, 싶어 이런저런 답은 주었지만 드는 궁금증. 아니, 왜 아이 담임한테 물어보지 않고 나한테 묻는 거지? 아이의 건강 문제라면 담임도 알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중학교는 출결 상황이 초등학교와 다를 수도 있으니 담임 선생님께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겠냐고 보냈더니, 담임 선생님과 연락이 잘 안 된다는 답이 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중등 선생님들은 수업이 오후까지 있어서 연락이 잘 안 되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그냥 담임 선생님이 개인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고 온라인 채널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개인적인 일로 연락 남기기도 뭐하고 정말 궁금한 것을 채널 문자를 통해 보내도 선생님이 빨리 확인을 안 해서 문제를 제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학부모에게 핸드폰 번호가 공개되어 있고, 우리 집 아이들 담임 선생님들께서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셔서 그 친구와 같은 상황을 겪지는 않았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학부모 입장에서 참 답답하겠다, 싶다.

특히나 나나 내 친구같이 일하는 엄마들은 엄마들 간 커뮤니티에 가입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자기 앞가림하는 중고등학생이 되면 더욱 필요에 의한 그런 관계는 없어지기 마련이다. 매일 등교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생기는 일에 대해 바로바로 학교와 연결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올해 사정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올해 초 동학년 선생님들끼리도 그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예년 같으면 시업식이 이루어지는 첫날 담임 인사장이 나가게 되는데 보통은 인사장에 담임 연락처를 넣어 보낸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담임교사의 연간 학급운영 안내를 대충 살펴보고 마지막에 있는 담임교사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입력하기, 는 첫날 학부모로서 내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는 학교의 시작을 아이들과 하지 않다 보니, 담임 인사장을 보낼 수가 없었고 학교는 궁여지책으로 학부모들이 학급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반별 담임 인사장 파일을 올리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1:1로 보내는 안내장에는 개인 연락처를 넣던 교사들도 학교 연락처나 다른 대체 채널 연락망을 보냈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나 같은 사람은 학부모들과 직접 연결이 되는 창구를 선호하여 개인 핸드폰 번호를 공개했지만, 요즘처럼 개인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그런 데에 둔감한 것도 문제이긴 하다.


교사의 개인정보도 중요하니 개인 번호는 주지 않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학부모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위해서라도 담임교사의 개인 번호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이후의 의견은 오로지 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결정을 내리기 힘든 문제와 부딪혔을 때, 나의 선택지는 보다 약자 쪽을 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거나 특정 정보 접근성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도 아닌 일들이 반대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되는 상황은 흔한 일이니까.


약자와 소수를 위한 결정은 모두에게 이롭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 중 어느 쪽이 약자이고 어느 쪽이 강자인가.

둘의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를 구분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만큼 어려운 사람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는 담임교사가 절대적인 강자인 것만 같다.

그러나 각각의 생각이 다른 30명의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담임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내가 강자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시스템에 대한 인지도와 학교로부터의 정보 접근성에서 본다면 담임교사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속해 있는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의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담임교사의 개인정보도 중요하니 개인 번호 공개 여부는 개인의 자유라고 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학부모가 담임교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되어 다른 교사 친구에게 물어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채널을 활용하시는 담임교사라면 채널을 통한 학부모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세상은 요지경이니 정말 이상하신 분들도 개중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한 두 분을 피하기 위해 모든 학부모들과 거리두기를 하여 능동적이고 협조적인 다수의 학부모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소통의 부재이지, 소통의 과다에서 오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번호를 드렸더니 퇴근 후나 휴일에 긴급하지 않은 일로, 아무 때나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시는 학부모가 간혹 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교사들이 그런 이유로 번호를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담임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길러내기'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지, 아무 때나 아무 말이나 주고받는 친구 관계는 아니니 말이다.

우리 반 학부모님들 대다수는 매우 교양 있는 분들이시라 이런 선을 잘 지켜 주신다. 매우 감사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