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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영 Aug 31. 2024

책,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신재호 작가님의 신간 소개합니다


20여 년 청소년 분야 상담과 교육을 해 오신 신재호 작가님(브런치 필명, '실배'작가님)의 신간,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출간되었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 (p. 92)


신재호 작가님이 책 속, 오은영 박사의 말을 인용하신 대목에서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이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세상 인간관계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나 "나나 잘하자"를 입버릇처럼 되뇌며 살고 있는 내게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어릴 적 부자 간 유대 관계가 무척 좋았던 작가님의 아들은 중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그렇듯, 작가님의 아들 또한 따르던 아빠와 거리를 두고, 방문을 굳게 닫으며 툭하면 심한 말로 부모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하필 아이의 사춘기와 작가님의 갱년기가 오버랩되며 사소한 일에도 부딪히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한다.


20여 년간 청소년 상담 업무를 해오셔서인지 작가님은 이런 아들의 사춘기 시기를 방관하지 않고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 참 많은 노력을 쏟으셨다.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매개로 아들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산책, 등산 등의 신체 활동을 함께 하며, 엄마가 혼내면 아빠는 달래는 역할로 부모 역할을 이원화하고... 필요하다면 부모보다 좋은 멘토를 찾아주려 적극적인 대처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까칠한 사춘기 아들과 어떻게든 가족독서모임을 지속해 보려고 노력하는 아빠를 어디에서 봤더라? 엄마인 나도  까칠한 사춘기 내 아이와는 얼굴도 마주하기 던데.


작가님께서는 이미 가족 독서 모임을 몇 년간 진행하시며 '가족 독서 모임 만드는 법'이란 책을 쓰시고, 강연을 통해 가족 내에 독서 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 가족들에게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계신다. 가정에서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자녀와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작가님의 이전 글들을 보며 늘 부러워했었다. 나도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매개로 소통하려고 나름 노력했었지만, 늘 '아빠가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더 시너지가 났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어 소통과 관계를 단절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시기, 사춘기. 우리 집에도 이 시기를 거쳤고 거쳐가고 있는 불완전한 변연계 시스템을 가진 청소년이 둘 있다. 이미 큰 아이는 사춘기의 긴 강을 건넜지만 아이가 한창 사춘기였을 때 얼마나 혼돈스러웠는지 모른다. 여자아이들에게 더 일찍 찾아오는 사춘기로 초 5학년 여학생 어머님들이 학부모 상담 때 걱정을 토로하시던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미리 예상했다고 내 아이의 사춘기에 더 빨리 적응되는 건 아니다.


나도 작가님처럼 아이가 어렸을 땐 딸과의 관계가 무척 좋았다. 우리 집 남자들과는 어디 가까운 데 여행이라도 가려면 안 맞는 게 너무 많아서 딸과 둘만 소소한 여행을 떠났던 적도 있었다. 딸의 사춘기가 아직은 옅었던 초등 5학년때 딸이 엄마와 둘만의 여행을 원해 9박 10일 이탈리아, 스위스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올 정도로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물론 여행하는 동안 사춘기와 갱년기가 맞부딪힐 일은 종종 생겼지만, 결국은 '사랑해'로 잘 마무리 짓곤 했다.


그런데 딸이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자, 말꼬리를 잡고 화를 내거나 툭하면 짜증 모드로 굴을 파는 아이로 변해갔다. 애교도, 말도 많고 음악만 나오면 어디서나 춤을 추던 끼쟁이 딸은 어디 가고 불퉁스럽고 불평, 불만의 말들을 입에 달고 지내는, 전에 알지 못했던 다른 집 못된 여자아이 하나가 아이 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식사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들을 묻고 엄마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하던 딸이 그리웠다.

그런 시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다른 선배 엄마들에게 들었지만 내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닐 거야, 하며 안일하게 대한 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그렇게 첫 아이는 늘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20년을 청소년 삼담사로 일해 오신 분도 자식의 일은 쉽지 않았다는 고백에 위안이 되었다. 세상에 나와 갖가지 역할을 맡고 살아가지만, '부모'라는 역할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을까. 20년이 넘게 아이들 교육 현장에 있었지만 내 아이의 교육은 다른 문제이듯, 제일 객관화가 어려운 일이 내 자식의 문제다.


작가님은 아이가 사춘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법을 취하셨다면, 난 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니 아이와 심리적인 거리를 두면서 엄마인 내 삶에 좀 더 충실하려고 노력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으로 널뛰는 아이의 감정 앞에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삶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사춘기가 극에 달했던 중학생 딸이 내게 스쳐가듯 말했었다.


"엄마, 열심히 살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다 행복한 건 아니라지만, 자기 삶을 사랑해야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게 조금은 통했나, 매일을 불만스럽게 대하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보다 반가울 수가 없었다.


딸아이는 이제 내년이면 대학에 진학한다(미래를 현재형으로 쓰며 자기 확신을 하고 싶어 하는 엄마 마음). 학업 성적만으로 재단되는 대한민국의 중, 고등학생 시기를 거쳐야 할 우리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딸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올해만 1학년과 3학년에서 너무나 소중한 아이들이 스스로 생의 끈을 놓아버렸다. 애지중지 키워낸 자식들을 허망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엄청난 일들이 대학 입시 앞에서 쉬쉬 묻히는 현실을 목도하며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까. 


사춘기 전문가로 유명한 김현수 정신의학과 교수가 제안한 대화법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힘드괜' 대화법인데,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힘들지?"란 말을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온기를 느낀다고 한다. 대화할 때는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마지막으로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안심시키고 포용하고 격려하는 말을 자주 해주면 스스로를 믿고 자존감이 생긴다고 했다. (p. 149)


작가님께서 안내해 주신 '힘그괜' 대화법을 요즘 사춘기가 짙어진 둘째에게 시도해 보았다.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힘들었지?" 했더니, 아들이 "아니, 별로" 한다. 가끔은 그런 말도 하지 말란다. 자기만 힘들게 하는 거 아니라며. 역시 사춘기 청소년들은 거리 두기가 답인가? 아무래도 우리 집 청소년들은  '힘그괜' 대화법보다 "필요하면 얘기해" 하며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는 대화법이 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실제 '저널테라피'란 심리 치료 기법이 있어서, 글을 통해 비로소 내면에 있는 목소리가 해방되어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처리된다. 분노나 두려움, 상처 등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명료하게 바라보면 그 과정에서 해소된다. (p. 152)


아이에게 삶의 중요한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고, 힘들 땐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성숙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는 좋은 부모로서의 신재호 작가님. 작가님의 둘째가 딸이라니 축구로 의기 투합되던 아들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으로 또 다른 빨간 맛 사춘기를 맛보시게 될 텐데...

작가님, 우리, 글 쓰며 이 위기를 저널테라피로 한 번 더 현명하게 극복해 내도록 해요. :)


사춘기 자녀와의 슬기로운 관계 회복을 위한 부모 필독서,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신재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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