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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영 Dec 05. 2020

AI 100년 사,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나에게 '인공지능'은 영화를 통해서 처음 접한 용어였다.

  오래전 영화지만 로빈 윌리암스가 인공지능 가사도우미 로봇으로 나왔던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 <바이센테니얼맨>(2000년), 진짜 인간이 되고 싶어 해서 안타까웠던 A.I. '데이빗'이 등장했던 영화, <A.I.>(2001년)도 생각난다. 비교적 최근에는 애플 핸드폰의 'Siri'를 모델로 했다는 인공지능과의 사랑 이야기, <Her>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에 나온 인물과는 너무 딴 연기를 보여주어 놀랐던 기억도 있다(처음엔 같은 배우인지도 몰랐다). 매력적인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복제인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과는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아닌 피조물들이 혼재해 살아가게 될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던 영화들이었다.

  

  그 모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이나 복제인간이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것, 즉 '마음'이나 '사랑'의 감정을 갖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슬픔과 안타까움 등을 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영화에서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과 같은 느낌이라 흥미로울 수는 있어도 나와 함께 살아갈 거라는 실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만난 세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곧 만나게 될 현실이 될 거라고 일러준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나의 부모 세대가 누리는 인터넷 세상과 나의 세상, 더 젊은 세대나 내 자식들 세대들이 접하는 그것 역시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곳곳에 내장되어 있는 '인공지능의 씨앗'을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신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 서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태초의 신이 혼돈을 '빛'과 '어둠'으로 나누어 천지를 창조하셨듯이, 컴퓨터상에서 0과 1이라는 논리적인 사고를 나누어 '디지털 우주의 천지 창조'를 하려 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진 않지만,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인간이 지혜의 열매를 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뒤,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노동과 출산,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번째 선악과에 손을 뻗는 몸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계의 발명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폭 감소시켜 주었고 의학의 발달은 출산 조절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인간의 기대수명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2030년을 살아가는 '마리'라는 대학생을 통해 100년 간의 인공지능의 역사를 살핀다. 그리고 이후 다가올 A.I. 와 인간이 혼재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예견해 보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컴퓨터의 역사이며, 현재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퍼스널 컴퓨터의 세상은 '반 문명, 반 기술'의 기조를 표방한 대항문화에서 생겨났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On January 24th, Apple computer will introduce Macintosh.
And you'll see why 1984 won't be like '1984'.
(10월 24일, 애플은 매킨토시를 출시합니다.
이로써 당신은 1984년이 왜 '1984'(조지 오웰 작)와 다를지 알게 될 것입니다.)


  1984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매킨토시를 출시할 때,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한 이 광고 문구는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덕분에 잘 보지 않는 유튜브까지 재생시켜 광고를 보았는데, 탱크톱 차림의 여성이 뒤쫓는 경비들을 제치고 달려 나가 손에 쥔 해머를 힘차게 날려 던지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해머로 인해 군중을 압도하던 독재자가 비친 스크린이 박살 나는 장면은 체제에 맞서고 개인을 강화하고자 했던 대항문화이자, 이를 계승하고자 했던 잡스의 생각을 잘 드러낸 천재적인 작품이다.

 

  실제로 우리는 <1984>에서 빅브라더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처럼, 하루 일상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하고 있으며, 그 모든 행위는 클라우드에 기록으로 남는다. 이런 현실이 영화 <트루먼쇼>(1998년)의 트루먼의 일상과 다르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아날로그적인 내가 컴퓨터, 인터넷, IOT(사물인터넷), 딥러닝, 인공지능에 관련한 용어들이 가득한 이 책 한 권을 읽어내는 것은 실로 즐겁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나로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지식이 나올 때마다 필기해 둔 노트가 빼곡히 써도 4쪽에 달하니, 그 녹록지 않았을 과정에 쓰담쓰담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인공지능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스스로 의미 있는 개념을 배우는 '딥러닝'을 통해 과거에는 인간밖에 하지 못했던 영역을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는 '디지털 클론' 기술을 통해 인간이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영원한 삶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에 인간의 마음을 심는 게 가능해질 때, 인간은 과연 웃기만 할 수 있을까.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창시했다는 앨런 튜링과 존 폰 노이만이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앨런 튜링은 사과에 청산가리를 묻혀 먹고 자살하였고, 이는 애플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로고의 모태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은, 금단의 열매를 취하려고 했던 인간들에게 내리는 신의 경고가 아닐지 두렵다.

  그렇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인구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과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만이 해결의 실마리라고 하니, 인공지능 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경계하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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