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by 외과의사X

아이를 낳은 뒤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다 쓰러진 후,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을 진단받은 아주머니가 계셨다. 15년 동안 투석을 해오셨고, 이식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5년 만에 드디어 이식을 받으셨다. 자식들의 신장은 죽어도 못 받겠다며 그 긴 시간을 기다려오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투석을 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행복하다는 환자분의 표정을 보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외과는 이래서 대단한 것 같다. 흔히들 외과 의사가 사람 몸의 고통에 무심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질병의 고통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 마치 정신적인 병증이 삶의 모든 영역을 잠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고통을 내 손으로 끝낼 수 있게 돕는다는 것, 그것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9.01.06

매거진의 이전글퇴근길 웅얼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