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무릎이 탈골된 아저씨가 오셨었다. 그냥 그 상태로 입원시키기에는 환자도 보는 나도 마음이 안좋아 보고 배운대로 리덕션을 시켜봤다. 한번에 '뚜둑'거리며 무릎이 맞춰졌고 간호사들과 환자 보호자의 반짝거리는 눈빛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다음날 회진을 돌던 중 과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무릎 쉽게 잘 들어갔어?"
"(자랑스럽게) 네 한번에 잘 들어갔습니다"
"그럼 이미 무릎 인대가 이미 다 나간 상태였겠네"
"........"
그리고 MR을 찍었는데 그 환자의 무릎 인대란 인대는 다 끊어져 있었다. 그걸 알고 나니 환자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환자는 이런 상태인데 나는 뭔가 했다는 성취감에 젖어 있었던 거 같아서.
오늘은 팔꿈치가 빠진 어린 아이가 왔다. 이전 같으면 '오 이번엔 팔꿈치다!' 그러면서 바로 리덕션을 하려고 달려 들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며칠 전 일 때문인지 망설여졌다. 한번도 안 해봤는데 내가 해봐도 되는걸까, 리덕션 하려다 더 다치는건 아닌가, 진짜 환자를 위한건가 아니면 날 위한 건가 등등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이건 비교적 안전한 술기이고 누가 와도 리덕션을 시도할거라는 생각에 책에 나오는대로 조심스럽게 한번 팔을 움직여봤다.
곧 '딸깍' 하는 소리가 났고 울면서 팔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던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데, 아! 그 기분이란. 응급실 당직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나에게도 좋은 경험, 환자에게도 좋은 치료'였던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고.
이렇게 오늘도 하나씩 고민하고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배워간다.
201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