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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과의사X Feb 07. 2021

드레싱카 모는 배고픈 인턴

면도 안하면 먹을거 더 받는다

며칠  이놈의 병원 나가겠다고 온난리를 피웠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이분 달래느라 정말 진땀을 흘렸는데, 오늘 '실밥  기념 + 말복' 이유로 병실 친구들과 나에게 백숙을 대접하시겠단다. 고기 몇점에   부어주시려니 했는데, 웬걸 그릇 위로 다리를  걸치고 있는 장닭을 담아 주셨다. 그때 진땀 흘리길  잘한  같다.


하루에 2-3시간씩 몰고 다니는 드레싱카. 익숙해지면 더 빨라지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환자가 많은 거였다. 응급실 야간 당직으로 밤을 새거나 수술이 많아 오버타임으로 드레싱을 할 때는 진짜 폐지 줍는 할머니처럼 카에 몸을 의지해서 밀고 다닌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먹기라도 잘 얻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 뭘 먹고 있으면 (살짝 미소지으며) "어?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 "우와 할머니 그거 진짜 맛있어 보이네요"라며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십중팔구 "아이고 총각 선생님 이거 하나 잡숴보슈" "밥은 먹고 다니슈?" 하시면서 서로 질새라 이것 저것 챙겨주신다. 그렇게 한번 얻어 먹은 병실에서는 그 다음부터 아무말 안해도 과일을 입에 넣어 주시거나 갓 삶은 감자를 종이컵에 담에 조용히 건내 주시기도 한다.

그렇게 뭘 좀 얻어 먹고나면 입에 단내가 가시고 다시 일할 힘이 생기고 그렇게 힘내고 일하고 지치고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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