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질거야

by 외과의사X


최고의 의학드라마 <ER>. 의학 외적으로도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이번 장면이 그 중 하나. 말하기를 거부하고 협조가 안 된다며 팔이 묶인 상태로 응급실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아이. 이 아이가 농아인인걸 알고 레지던트 중 한명이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괜찮아질거야'라는 수화가 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이 영상을 보면서 오래전 중환자실에서 만난 농아인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의사소통이 안 되고 팔을 휘저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서 강박을 해놨던 환자. 이 영상처럼 '당신 농아인이에요?' 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팔을 풀어준 후 내게 처음으로 한 말은 '목이 마르니 물 좀 달라'였다.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소리를 내고 팔을 흔들었던 것인데 다들 뇌경색 후 섬망이라고 오해를 했었던.. 그분께 내가 그 다음으로 건낸 말은 ‘물 드릴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아질거에요’였다.


농아인들의 현실에 가슴 아프기도 했고 도움이 됐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던 그 날. 그 이후로는 병원에서 농아인들을 거의 만나진 못했는데, 좀 더 자주 마주쳐서 조금이나마 그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괜찮다’고 손짓하는 날 보며 괜찮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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