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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과의사X Nov 18. 2020

밥도 말아 먹었어요

점심때쯤 수술인데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어서 금식시간(NPO time)이 애매했던 고학년 초딩 녀석이 왔다.


수술방 선생님들과 라면이 얼마나 먹고 싶으면 그랬을까, 수술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라면으로 풀었나보다, 상상하니 귀엽지 않냐, 등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녀석이 들어왔다.


수술 준비를 하던 중 장난기가 발동해서 슬쩍 물었다.

“라면 맛있었어?”

“흐흐 네...”

“그 새벽에 니가 끓여 먹은 거야?”
“네... 저 라면 잘 끓여요!”

“그거 말고 먹은 건 없어?”

(그 후로 먹은 건 없었냐는 의미)


“아니요 밥도 말아서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술방 사람들 다들 빵 터짐)


(웃음을 겨우 참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른 건 안 말아먹었니?”

“네 밥만 말아먹었어요”

“아이구 잘했네”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만 이 대화가 생각나서 피식거린다.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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