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슈퍼맨은 없어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by 경규승

꿈 많은 소년은 항상 자신을 이끌어줄 영웅을 찾아다녔다. 어딘가에 있을 영웅을 찾으면 자신의 인생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영웅은 되지 못하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웅의 옆에 있는다면 자신이 산화되더라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소년은 영웅을 찾아다녔다. 자신을 이끌어줄 영웅은 누구일까? 하지만 영웅들은 픽션에서만 존재했고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영웅에 가까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신이 찾고 있었던 영웅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스스로의 기준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것. 즉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었다. 슈퍼맨은 없었다.


사춘기 시절의 내 고민이었다. 영웅이라고 내 안에서 묘사되는 존재는 나의 기준으로 완벽한 존재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영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웅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든 생각이 '영웅이 없다면 스스로 영웅을 만들 수는 없을까?' 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꽤나 적합한 답을 답을 이 책을 통해서 찾아낼 수 있었다.




씽큐베이션 독서 모임에 뽑히기 전부터 본 책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 추천을 많이 받은 책인데 부제에 '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교육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읽을 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즉 안 읽을 뻔했다). 하지만 이건 분석가인 나를 위한 책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하는 데 평균은 너무나도 자주 사용하는 도구이다. 평균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지표들도 조금만 살펴보면 평균이 모두 활용되어 있다(e.g. km/h, 롤 티어). 데이터를 모은다는 것 자체가 평균이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데이터의 홍수 시대에 살아서 평균이 너무도 흔한 개념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평균에 잠식당했다. 평균을 기준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남성의 오줌을 24시간 동안 모두 모아 섞어 평균을 분석한다면 존재하지 않는 오줌을 분석한 결과를 얻는 셈이다.' 『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가지 이야기』에서 의학과 생리학에 평균을 쓸 때 벌어지는 오류의 한 예시이다. 한 사람의 데이터를 모을 때도 이렇게 다른데 여러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 평균을 쓰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평균은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집단을 비교하는데 강력하다. 그리고 집단을 엮는데 기준이 없는 것보다는 강력하다. 그래서 산업시대에서 평균은 활약했다. 집단이 가지는 힘으로 개개인 홀로 활약하는 것보다 집단의 생산성을 특정 수준까지 올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 발전으로 인해 현 상황에서는 이것이 로컬 미니멈인 것이 드러났다. 기술 발전보다 사회 구조의 변화가 느려서 생긴 문제였다. 평균 회귀를 이용해서 집단의 생산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평균을 활용해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최상위 퍼포먼스는 나오기 힘들었다.


평균을 더 이해해보기 위해 평균과 현상을 결합시켜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보는 현상의 분포는 정규분포라고 느낀다. 그리고 정규분포는 평균을 기준으로 비교하기 매우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별 자연현상 단위로 내려가면 평균이 의미가 적은 분포도 나온다. 멱함수 분포를 나타나기도 하고 디지털의 형태의 그래프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프의 법칙', '물의 온도에 따른 부피 변화'같은 예가 있다.


정규분포의 예시로 시험 점수가 있다.(e.g.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 점수를 한 depth를 더 내려가면 각각의 문제로 되어 있고, 각각의 문제를 이해하는 정도를 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각각의 문제를 이해하는 정도(문제를 풀 확률)는 러프하게 이항분포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시험 점수는 이항분포를 따르는 확률변수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시험을 여러번 본다고 가정하면 Central Limit Theorem(중심극한정리)를 러프하게 적용하면(확률변수들이 Independent and identically distributed(이하 iid) 조건을 만족하지 못함) 정규분포와 매우 유사하게 나오는 것이다(독자를 편하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는 안타까운 수준의 글이다. 파인만 선생님 도와주세요).


흔히 가정하는 정상상태의 사건들 속에서는 정규분포가 의미를 가지고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극한 상태에서는 iid 조건이 무너지게되고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 사건이 서로가 서로를 영향을 주게 되는 특수 상황이 생겨서, 상관계수가 평소보다 높아지게 되고, 정규분포의 극값보다 두꺼운 fat-tail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블랙스완이 실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조직에서는, 비즈니스에서는 모두들 이를 꿈꾼다.


결국 평균은 극단치를 볼 때 한계를 지닌다. 그래서 조직의 관점에서 평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평균을 먼저 보지 않고 개개인의 특성을 활용하여 정상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현 기술 수준에서 퍼포먼스를 높일 방법이라고 말한다. 집단이 한 개인의 단점을 다른 개인의 장점으로 커버한다면 꽤 괜찮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평균의 종말 유레카 모먼트.PNG

그럼 더 나아가서 '개개인성을 포함한 집단도 로컬 미니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첨부한 이미지와 같은 프레임으로 본 책을 이해한다면 개개인화 + 고융화된 집단에서 더 생산성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을 찾아야 한다.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개개인의 특성(장점)을 연결을 활용하는 조직의 퍼포먼스가 높아짐은 꽤나 자명하다. 즉 결국 기술 발전이 있고 나서 조직의 발전이 후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려면 새로운 차원을 찾는 방법은 사회, 기술의 다음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좀 뻔한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과거에 비해 많은 시대적 문제를 해결한 영웅들 품에서 살고 있다. 영웅들은 우리를 겨울에도 따듯한 집에서 살게 해 주고, 굶어 죽을 걱정도 비교적 줄여 주었다. 즉 사회가 개인이 진화한 영웅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방향을 설정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영웅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 분명 개인에서 영웅은 찾을 수 없었다. 개인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라면 다른 차원에서 찾아야 했고 그 대상은 인간이 진화한 존재인 공동체였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나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영웅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간 이런 말을 하려고 한다.


미안, 슈퍼맨은 있어.




- 2019년 03월 3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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